[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사장님한테 물어보세요. 저는 잘 몰라요."
25일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한 콩나물 국밥집 아르바이트 직원은 치우던 밑반찬 접시를 옮기다 화들짝 놀라며 이렇게 말했다. 손님들이 먹고 난 자리를 치우는 모습이 이상해서 "왜 먹고 남은 밑반찬 접시들은 한 곳에 모아 버리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 두냐"고 묻는 말에 대한 대답이었다. 남은 국밥들은 한 곳에 모아 버리면서 밑반찬들은 '원형 그대로 보존'한 채 주방으로 들고 날랐다. 그리고 직원은 반찬 접시들을 선반 아래 두고 시선을 회피하며 침묵했다.


#신사동 맛집으로 유명한 한 두부집 사장은 "요즘 채소값이 너무 올라 반찬수를 6개에서 5개로 줄였다"며 "특히 김치재료들이 많이 올라 배추김치만 내놓고, 열무김치는 없앴다"고 말했다. 푸념을 늘어놓는 사장 뒤로 보이는 주방엔 물에 젖은 고무장갑을 낀 한 직원이 손님이 먹다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감자조림을 반찬 통에 다시 집어넣고 있었다. 서빙을 하는 직원은 아무렇지도 않게 이를 다시 새 접시에 담아 손님상으로 가져갔다.

밑반찬 재사용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손님이 계속 줄어드는데다 채소값도 많이 오르면서 슬그머니 밑반찬을 재사용하는 가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 이영희(36)씨는 "중구 다동에 위치한 유명 한식집에서 음식물을 재사용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식당 주인에게 강력하게 항의했다"며 "아무리 채소값이 올랐다고 해도 반찬을 재사용하는 것은 상당히 불쾌한 일"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마포구청 보건위생과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여름보다 손님이 적은 이맘때쯤 반찬 재사용에 관한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며 "민원이 들어오면 손님인 척 가장해 가게를 방문하고 적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밑반찬 재사용 사실이 확인되면 영업정지 15일이라는 처벌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잠원동에서 35년간 간장게장 식당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밑반찬으로 깔리는 반찬 재료비가 작년에는 1만원 미만이었는데 요즘엔 1만5000~1만6000원 정도로 두 배정도 늘어난 것 같다"며 "직원들에게 조금씩 담아주고 자주 리필해주라고 얘기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솔직히 말해 손님들이 밑반찬을 남길 때마다 다시 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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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 식당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이 먹고 간 식탁에는 풋고추 2개를 제외하고는 모든 밑반찬을 남기지 않아 빈 접시들로 깨끗했다. 반면 한국인이 먹고 간 식탁에는 젓가락만 몇 번 휘젓고 간 밑반찬들이 잔뜩 남아 있었다.


서초구청 보건위생과 관계자는 "반찬 재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먹다 남은 음식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사람 침을 통해서 감염될 수 있는 질병이 있기 때문에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민원으로 반찬 재사용 검사가 진행될 수 있는 만큼 소비자들이 감시의 눈을 소홀히 하지 말고 보는 즉시 위생과에 고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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