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패션메신저]세계 뒤흔들 '패션싸이' 어디있니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원본보기 아이콘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유튜브 조회 건수 5억건을 넘어섰다. 지난 4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의 '싸이의 말춤' 유튜브 중계는 전 세계 3억6000만명이 동시에 열광했다.

그 이틀 전 명동에서는 천안의 세계민속춤 대회에 참가한 각국의 전통 무용가들 700여명이 자기나라 민속의상 차림으로 모여 말춤을 추어댔다.
동북아시아에 있는 조그만 나라의 TV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나 '대장금' 등이 처음으로 일으켰던 열풍과는 차원 다른 한류가 바야흐로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K-팝'도 '강남스타일'도 다 음악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한류다.

서양음악이 이 땅에서 시작된 것은 19세기 말이다. 그 신식 음악은 미국의 매티 윌콕스 노블(Mattie Wilcox Noble·1872~1956) 여사가 남편과 함께 선교사로 한국에 와 1892년부터 배재학당에서 처음 가르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선 아리랑'이나 판소리 춘향전의 '쑥대머리' 가락에 눈시울 적시던 핫바지 차림의 이 나라 젊은이들이 신식음악 100여년 만에 세계무대에서, 고삐를 쥐고 흔드는 말춤까지를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현대의 문화란 바야흐로 음악이건 패션이건 시간과 공간을 구분하지 않고 옮겨 다닌다는 점이다. K-팝도 그랬고, 말춤도 그러는 것을 우리는 지금 목격하고 있다. 그야말로 '리얼타임 이동'이다.

서양 패션이 이 땅에 착륙한 것은 서양음악과 비슷한 시기인 1899년이었다. 개화파의 일원이었던 윤치오(尹致旿)의 아내 윤고라가 최초로 양장을 했다고 전해진다.

양장이란 서양의 의복으로 치장을 했다는 말로, 전통의상이나, 동양의복과는 구분 되는 옷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윤고라가 입었던 옷도 사실은 당시 꼭 서양의 어느 나라의 옷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옷이었다.

나라마다 일반적인 오늘의 서양복과는 구분이 되는, 나름의 전통의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따지고 보면, 세계가 입고 있는 오늘날의 서양복은 주인이 불분명한 국제화된 옷이다. 서양문명의 모체가 되고 있는 그리스 로마의 복식은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한 장의 천을 몸에 적당히 걸쳐 입는 드레이퍼리(drapery)였다.

유럽 문화의 주체가 게르만으로 옮겨지면서, 드레이퍼리에서 자루형의 튜닉(tunic)으로 바뀐다. 이 옷은 긴 천을 반으로 접고, 두 손이 나올 구멍을 남기고 양옆을 막은 뒤, 접힌 부분의 가운데에 구멍을 내고 그 구멍으로 머리를 빼어 입는 옷이다.

앞뒤가 막힌 이런 옷을 입고 서양 사람들은 십자군 전쟁을 치렀다. 전쟁 중 앞을 터서(caftan type) 보다 기능적인 옷차림으로 싸우는 적군, 사라센 병사들을 보고, 앞을 트는 방법을 배워 온다.

서양복에서 앞을 트기 시작한 것은, 따라서 십자군 전쟁 이후가 된다. 여기에 함께 배워간 단추가 달리고 단추 구멍을 만들어 꿰게 함으로써, 서양복의 기본이 갖추어진다. 이 같은 점진적인 변화는 산업혁명을 맞으면서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는다.

귀족중심의 의복문화가 바쁘게 돌아가는 산업현장에는 부적합했으므로 이에 맞은 옷으로 바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동서양의 옷이 생활에 맞게 혼합 개선돼 오늘의 서양복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국민의 소득이 높아지면 고유의 민속복을 벗고 오늘의 서양복을 입는다고 말한다. 아직도 민속복을 입고 있는 나라들을 보면 산업화가 부진하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들임을 알 수 있다. 이 땅에서는 1899년 서양복을 처음 입기 시작했으나, 대중의 서양복화는 한국전쟁 이후 '원조경제'때부터다.

문화란 주변의 영향을 서로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정보기술(IT) 산업이 발달할수록 문화의 이동은 '즉각즉각'의 리얼타임 체제가 될 수밖에 없고, 지구가 하나의 공동체로 같은 문화를 공유할 수밖에 없다. 그 문화 역시 앞선 나라의 문화가 주도해 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성공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IT 산업의 발달 등이 밑받침이 된 것이겠지만, 싸이의 앞선 감각과 각고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패션에서도 '싸이'가 출현하기를 기대해본다.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mksong@dongduk.ac.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25일만에 사의…윤 대통령 재가할 듯 [포토] 12년만에 서울 버스파업 "웰컴 백 준호!"…손흥민, 태국전서 외친 말…역시 인성갑

    #국내이슈

  • "애플, 5월초 아이패드 신제품 선보인다…18개월 만" 디즈니-플로리다 ‘게이언급금지법’ 소송 일단락 '아일 비 미싱 유' 부른 미국 래퍼, 초대형 성범죄 스캔들 '발칵'

    #해외이슈

  • 올봄 최악 황사 덮쳤다…주말까지 마스크 필수 [이미지 다이어리] 누구나 길을 잃을 때가 있다 푸바오, 일주일 후 中 간다…에버랜드, 배웅시간 만들어

    #포토PICK

  • 첨단사양 빼곡…벤츠 SUV 눈길 끄는 이유 기아, 생성형AI 탑재 준중형 세단 K4 세계 첫 공개 벤츠 G바겐 전기차 올해 나온다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국가 신뢰도 높이는 선진국채클럽 ‘WGBI’ [뉴스속 용어]코코아 t당 1만 달러 넘자 '초코플레이션' 비상 [뉴스속 기업]트럼프가 만든 SNS ‘트루스 소셜’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