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脫한국…왜 이 지경이 됐나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정부는 지난 5월 해외 진출 기업들의 U턴(해외로 나갔다가 다시 국내로 돌아오는 것)을 독려하기 위해 D사의 중국 공장을 국내로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D사 같은 대기업 그룹 핵심 계열사가 국내로 생산공장을 들여올 경우 일자리 창출은 물론 내수 경기 진작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해당 기업인 D사는 중국 공장의 국내 이전 계획이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제품들은 모두 현지 내수용이어서 굳이 국내에 들여올 필요가 없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결국 D사의 U턴은 단순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러나 굳이 해외로 나갈 이유가 없는 경우에도 해외 이전에 나서는 것은 정부의 과도한 규제 등 반기업 정책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생산기지뿐 아니라 연구개발(R&D) 등 핵심 부문도 해외로 거점을 옮기는 사례가 늘어난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정부는 최근 산업공동화 현상을 해소하고 국내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U턴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 방안 등을 골자로 한 'U턴 기업 지원법'을 신규 제정하기로 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국내에 돌아오려는 기업을 위한 예산 355억원을 처음으로 편성하고 입지ㆍ설비투자 보조금 등을 지원한다. 법인세ㆍ소득세ㆍ관세 감면을 골자로 하는 조세특례제한법도 연내 개정하기로 했다.
재계는 U턴 기업에 대한 일시적인 지원책이 아닌 제조업 기반 조성 등의 근본적 해법과 정부 규제 정책의 일관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U턴 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음과 동시에 한편에선 동반성장ㆍ공생발전 등을 이유로 규제정책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U턴 기업 지원책만 보고 돌아오기엔 규제정책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은 글로벌 경기 침체 후 자국민의 고용을 늘리는 기업에 세제우대 혜택 및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에는 과세를 늘리는 정책을 일관성 있게 실시하면서 U턴 기업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2014년까지 1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내 일자리 1300개를 만들기로 했고 포드도 2015년까지 멕시코 및 중국 공장을 미시간과 오하이오 주로 옮겨 2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간 정부가 외자유치에만 몰두하다 보니 외국 기업에만 세제 혜택 등이 주어져 국내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만 보더라도 일부 업종의 경우 대기업 규제를 통해 중소기업을 살리는 게 아니라 외자기업을 밀어주는 부작용을 낫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쟁점화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우려도 U턴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경제민주화가 최근 대기업, 재벌 개혁으로 초점이 맞춰지면서 각종 규제가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국내 설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 관련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경제민주화 등 정책혼선으로 인해 투자 심리가 위축되지 않도록 하고 국내 기업가 정신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고위 관계자도 "경제 주체들에 대한 공평한 기회 부여가 중요하다"며 "불법적인 경제활동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지만 건전한 활동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장려 및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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