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간 단축, 규칙 무시 등 "제 멋대로 골프치기 유행"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심각한 골프는 가라."
골프만큼 아마추어가 진지하게 플레이하는 운동이 없다. '하늘의 별따기'라는 주말부킹에, 그 어느 종목보다 비싼 그린피까지 내는 마당에 1타라도 허투루 칠 수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돈 낸만큼 실컷 치자고 하지만 사실 승부욕 때문에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인다. 운동하러 갔다가 결국 기분만 망치기도 한다. 요즈음은 그래서 '재미있는 골프'도 뜨는 추세다.
경기시간도 너무 길다. 골프장 오가는 시간을 제외해도 플레이 시간만 적어도 5시간, 식사와 사우나까지 7시간은 족히 머물러야 한다. 바쁜 사람들에겐 어울리지 않는 운동이다. '살아있는 전설' 잭 니클라우스(미국)가 '2시간에 12홀'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는 까닭이다. 1라운드를 18홀과 12홀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홀 사이즈를 규칙에 정한 4.25인치보다 두 배나 큰 8인치짜리로 대회를 열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이 '빅홀'을 운영한 적이 있다.
▲ "규칙은 잊어~"= 코스 전장에 대한 논의도 뜨겁다. 장비가 발달하면서 신설골프장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는 추세다.
아담스골프의 창립자인 바니 아담스는 "드라이브 샷 평균 비거리가 230야드 이하인 아마추어는 6200야드 이내, 비거리 140야드인 여자는 4600야드 정도가 적당하다"며 "아마추어가 파5에서 쉽게 '2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골프장도 3~5개의 티잉그라운드를 운영하지만 남성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보통 6500야드가 넘는 화이트 티를 고집한다.
대안골프로 '플로그톤(Flogton)'이 있다. '골프가 아니다(Not Golf)'의 철자를 거꾸로 만든 단어다. 미국대안골프협회(AGA)가 주축이다. "규칙을 철저하게 무시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테면 마음에 들지 않는 샷이 나오면 땐 벌타 없이 다시 치고, 라이가 나쁘면 공을 옮긴다. 벙커에서는 꺼내서 쳐도 되고, 3퍼트 이상은 컨시드를 준다. 비공인 용품 사용도 허용한다.
▲ "비기너도 즐겁게~"= 봅 카니 미국 골프다이제스트 에디터는 비기너가 골프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18가지의 새로운 규칙을 제안했다. 기존의 규칙을 무작정 배제하는 게 아니라 단지 흥미를 주기 위한 배려다. 요약하면 이렇다. 스코어를 꼭 세지 않아도 된다. 레이디티나 그린 앞 150야드 지점에서부터 플레이를 시작할 수도 있다. 라이가 좋은 데서 플레이하고, 페어웨이에서 티를 꽂아도 된다.
헛스윙은 타수에서 제외한다. 벙커에서는 탈출을 시도한 뒤 실패하면 나와서 친다. 분실구나 아웃오브바운즈(OB) 난 볼은 잊고, 드롭도 치기 편한 곳에 마음대로 한다. 비기너도 참여할 수 있는 내기를 한다. 어떤 홀에서는 칩 샷과 퍼트만 해도 된다. 쉬고 싶을 땐 한 홀을 건너뛰어도 되고, 플레이를 완전히 마치지 않아도 '1라운드'로 인정해준다. 운동화나 스니커즈 등 편한 신발도 'OK'다. 모두가 골프가 힘들고 까다로운 운동이라는 선입견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다.
손은정 기자 ej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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