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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천상배우' 유해진 "배우가 되지 않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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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내가 생각해도 내가 끼가 없는 것 같다. 다만 역할에 대해 고민할 뿐이다."

[인터뷰]'천상배우' 유해진 "배우가 되지 않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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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배우가 아니었으면 이 사람은 뭐가 됐을까, 궁금해지는 사람이 있다. 배우 '유해진'이 그랬다. 개성있는 이목구비는 차치하고서라도 흥행여부와 상관없이 그는 매 작품마다 또렷이 자신의 인장을 새겨왔다. '씬 스틸러'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았던 조연 시절을 거쳐 매년 2~4편씩 착실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던 그가 메인포스터에 등장한 것은 2006년 '타짜'에서부터다. 그로부터 6년 후 이제는 "흥행에 대한 책임과 부담도 느낀다"는 그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의 새 영화 '간첩'이 첫 선을 보일 때다.

"시사회에서 '간첩'을 처음 봤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후반부 액션신이 더 잘나온 것 같았다. 내가 맡은 '최부장'에 대해서는 '그 장면이 들어갔더라면' 하는 편집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만 이건 개인 욕심이다. 전체적으로는 감독이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 '간첩'에서 유해진이 맡은 역할은 '최부장'이다. 북에서 내려온 지 20여년이 지나 물가상승과 가족부양에 고군분투하는 '생계형 간첩'들에게 지령을 내리는 역할이다. 김명민, 염정아, 변희봉, 정겨운 등이 생활고에 찌든 간첩으로 웃음을 유발한다면 유해진이 맡은 '최부장'은 피도 눈물도 없는 북 최고의 암살자로 나머지 간첩들을 들들 볶는 '악역'이다.

연기하기는 오히려 편했다. 유해진 특유의 익살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겐 익살 대신 '액션'을 선물했다. "'최부장'은 단순한 목적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연기할 때 흔들림은 별로 없었다. 북한말을 따로 지도해주는 분도 계셨고, 개인적으로도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면서 감을 잡기도 했다. 다른 분들이 코믹한 요소가 많았다면 '최부장'에게는 날이 선 농담이 있다. 그러나 거기서 더 선을 넘게 되면 최부장은 이도저도 아닌 인물이 되기 때문에 중심을 잡는 게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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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이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중학교 2학년때다. 추송웅의 모노드라마 '우리들의 광대'를 보고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단다. 고등학생이 되면서는 스스로 극단을 찾아갔다. "첫 무대에서 엄청나게 떨었다. 정말 쉽지 않은 작업이라는 걸 많이 느꼈는데 지금까지도 쉽지 않더라. 포스터 붙이면서도 선배들한테 많이 혼나고, 그런 준비 기간이 되게 길었다. 그렇지만 연기가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인가 보다 하는 생각은 계속 했다."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다. 영화 '간첩' 주인공들처럼 생활고에 시달리는 지난한 과정도 거쳤다. 유명세를 타면서 세간에서는 어느 정도 돈을 벌었을 거라 생각하지만 "생활이 안정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4~5년 전부터"다.

"주변의 아무 도움없이 '제로'에서 시작했다. 돈 벌어서 월세 넣고, 다시 좀 모아서 월세에서 전세로 옮기고, 이러면서 집에도 좀 드리고 하다보니 돈을 모을 수가 없다. 재테크나 이런 데도 관심이 없고. 주변에도 건설현장에서 일하거나 주유소 나가는 등 생활이 어려운 배우들이 진짜 많다. 나도 몇 개월동안 일이 없어서 힘들었던 적도 있었고...지금 꾸준히 일이 들어온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꾸준히 일이 들어왔던 것은 유해진의 완벽주의자적인 성격 때문이 크다. 현장에서 디테일까지 살려 철저하게 준비를 해가는 성격은 이미 유명하다. '이끼'의 '덕천'이나 '타짜'의 '고광렬', '왕의 남자'의 '육갑'이 이렇게 탄생했다. "본능적으로 끼를 타고난 사람은 굉장히 많다. 그렇지만 순전히 끼가 있는 것으로는 안되고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예전에는 나도 앞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고 어느 정도 '끼가 있다'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내가 생각해도 나는 끼가 없는 것 같다. 대신 '이 역할을 어떻게 풀어갈까' 고민한다."

일을 하지 않을 때에는 여행도 가고 전시회장도 가면서 감성을 유지하려고 한다는 유해진은 인터뷰 사이사이 쉬는 시간 10분을 놓치지 않고 삼청동 일대 갤러리를 둘러보러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다시 또 궁금해졌다. 배우가 되지 않았으면 이 사람은 뭐가 됐을까?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질문에 싱거운 답이 나온다.

"(한참 생각하다가)산에 있지 않을까. 산악인이 됐을 수도 있고 뭔가 자연을 벗삼는 일을 했을 거 같다. 아님 세차장에서 일을 했거나. 예전에 어렸을 때 매형이 세차장에서 잠깐 일하셨는데, 어린 나이에도 매형이 노동을 끝내고 밥 먹으러 와서 기름때 묻은 손으로 밥을 엄청 맛있게 먹었던 게 기억에 오래 남는다. 되게 좋아보였다."



조민서 기자 summer@
사진=최우창 기자 smi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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