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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 올려줄게. 성관계하자"…한 점장의 황당한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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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의 어두운 그늘, 이젠 대형사업장까지…

[아시아경제 김종수 기자, 조민서 기자, 나석윤 기자, 박나영 기자]지난 21일 A대학교 캠퍼스에서 만난 이 대학 2학년생 정모(21)양은 인터뷰 내내 흐느꼈다. 그는 밤마다 악몽을 꾼다고 했다. 지난 학기 아르바이트(알바)를 하면서 겪었던 끔직했던 기억 때문이다.

그는 올 봄 백화점 식품 매장에 있는 제과점에서 알바를 했다. 현장실습을 하면 학점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같이 근무하던 조리제빵사 한 명이 줄곧 정 양의 외모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 그런데 둘만 있을 때는 태도가 돌변해 정 양의 손과 허벅지 등을 쓰다듬었다.
정 양은 해당 제과점에 문제 제기를 하고 학교측에도 사정을 알렸다. 업체에선 정 양이 알바생이라는 이유로 대처에 소극적이었다. 정 양은 "실습 과정을 마치지 않아도 학점을 인정해주는 선에서 사태가 마무리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알바 여대생에 대한 성폭력이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정부와 성폭력 상담소의 공식집계에 따르면 그동안 주로 편의점, 호프집 등 소규모 사업장에서 성폭력이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최근에는 정 양의 사례처럼 제과점, 뷔페 레스토랑, 기업형슈퍼마켓(SSM), 기업체 등 대형 사업장에서조차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김두나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알바생을 포함한 직장내 성폭력을 방지하기 위해선 정기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해야 하는데 대기업들에서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피해여성 본인이 직접 문제제기를 하는 것과 함께 우리 사회가 좀 더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이슈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성폭행의 어두운 그늘, 이젠 대형사업장까지 = 신모(23)양에게 지난 여름방학은 다시 떠올리기 싫은 '악몽'이다. 그는 대형 뷔페식 레스토랑에서 알바를 했다.

밤 10시 이후 퇴근하는 그에게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점장 박모(46·남)씨의 친절을 매번 거절하기 어려워 차에 동승한 게 화근이 됐다.

차 안에서 신체적 접촉과 성적 농담이 이어지더니 급기야 시급을 4800원에서 6000원으로 올려주겠다는 제안과 함께 성관계를 요구했다.

신 양은 결국 성적 수치심을 견디다 못해 알바를 그만뒀다. 그는 "현재 학교도 휴학한 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수습사원이나 인턴사원 등이 회식자리에서 불쾌한 일을 당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대학생 최모(23)양은 "대기업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는데, 회식 자리에서 나이 많은 부장이 '우리가 언제 여대생이랑 술을 먹어 보겠냐'며 옆자리에 앉아 술을 따르기를 강요한다"고 털어놨다.

사회생활 경험이 부족한 대학생들이나 인턴사원 등은 막상 성희롱을 당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상황파악조차 안될 때가 많다.

서경남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 국장은 "사회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대학생들은 고용주의 횡포나 착취, 성폭행 등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며 "등록금 마련 등 경제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절실함까지 더해지다 보니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직장내 동료들과 힘 모아야" = 이처럼 알바 여학생들은 성희롱, 성추행 등 각종 성범죄에 취약하다. '비정규 아르바이트생'이라는 입장에 있다보니 위급한 상황에서도 고용주나 관리자 등이 적극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다.

또 단기간 일자리가 대부분이어서 제대로 된 예방교육이나 매뉴얼을 접하기도 힘들다.

전문가들은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 보다는 주변 동료들과의 '연대'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한국여성민우회 관계자는 "상담 신청 중 40%가 직장 내에서 발생한 문제"라며 "성희롱, 성추행 등은 직장 내에서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에 산업재해라고도 볼 수 있으며, 그만큼 동료들의 지지와 협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해자는 주로 직장상사나 가게 주인, 손님 등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성희롱을 일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러 사람의 관심과 힘을 모아야 한다는 얘기다.

지지자를 찾기 힘든 경우에는 여성단체나 시민단체 등을 통해 상담 및 조언을 받을 수 있다.



김종수 기자 kjs333@
조민서 기자 summer@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박나영 기자 boh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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