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가 19일(이하 한국시간) 문수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홈경기에서 하피냐의 결승골에 힘입어 알 힐랄(사우디 아라비아)를 1-0으로 꺾었다. 이로써 울산은 다음달 4일 새벽 열리는 2차전 원정에서 비기기만 해도 4강에 진출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바꿔 말하면 문전 마무리에서 정교함이 부족했다. 엄청난 골 세례로 상대 혼을 빼놓던 ‘깡패’로 부활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다. 실제로 울산은 이날 유리한 흐름에도 9차례 슈팅이 전부였고 유효 슈팅도 두 번에 불과했다. 오히려 전체 슈팅 수에서 알 힐랄(15개)에 뒤졌다. 문전에서의 마지막 돌파나 패스 성공률이 크게 떨어진 탓이었다.
김호곤 감독은 “운이 없었다”라고 말하면서도 “선수들이 피곤했던 것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울산은 8월 한 달에만 FA컵 포함 7경기를 뛰었다. 9월 초 리그 휴식기가 있었지만 곽태휘, 이근호, 김신욱, 김영광 등 네 명의 주전은 A대표팀에 소집됐었다. 그야말로 녹초가 된 셈. 높은 피로도는 집중력 저하를 가져왔고, 결국 공격에서 섬세한 마무리를 방해한 요소로 작용했다. 장거리 이동까지 뒤따르는 2차전 사우디 원정에서도 같은 부담이 따아올 수 있다.
세트피스에서의 정확성 역시 아쉬웠다. 울산은 세트피스에 강점을 둔 팀이다. 장신 공격수 김신욱에 곽태휘는 프리킥과 헤딩으로 모두 득점을 뽑아낼 수 있는 수비 자원이다. 강민수, 이재성 등도 ‘골 넣는 수비수’ 본능을 갖췄다. 그럼에도 이날 울산은 여러 차례 세트 피스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버렸다. 오히려 상대가 더 날카로웠다. 특히 코너킥 상황에서 유병수에게 두 차례 결정적 헤딩을 허용했다. 이에 김 감독은 “축구에서 세트 피스는 상당히 중요하다”라며 “무엇보다 원정에선 세트피스를 골로 연결시켜야 이길 수 있다. 정확성을 보완하는데 힘쓰겠다”라고 밝혔다.
원정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또 다른 과제다. 당장 8강 2차전은 중동 원정으로 치러야 한다. 기후, 잔디 등 낯선 환경에 사우디 홈팬들의 일방적 응원을 견뎌내야 한다. 유병수는 “나뿐만 아니라 알 힐랄 선수 모두 그라운드 적응에 애를 먹었다. 울산이 홈이라 좀 더 강하게 나온 점도 어려웠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양팀 전력은 비슷하다. 울산이 사우디에 오면 우리가 겪은 어려움을 똑같이 느낄 것”이라며 “이를 잘 활용해 홈 경기를 대비하겠다”라고 밝혔다.
김 감독 역시 “축구에서 원정은 늘 어렵다”라며 “1차전에서 알 힐랄이 자신들의 색깔을 잘 못 보여준 만큼, 안방에선 상당히 거칠고 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알 힐랄은 이날 경기와 달리, 자국 리그에서 주로 공격에 무게를 둔 전술을 펼친다. 2차전에선 홈 이점을 등에 업고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유병수를 비롯해 브라질 출신 웨슬리 로페스 다 실바. 사우디 대표팀 간판 아세르 알 카타니 등 빼어난 공격수들도 안방에서 더욱 강한 면모를 보일 것이다. 울산으로선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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