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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된 쪽방촌‥ 화려한 벽화를 입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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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그리다' 주제로 50여점 벽화 제작… 주민들 호응도 ↑

▲ 서울 종로구 창신동 동대문 쪽방촌 벽면에 그려진 벽화. 하굣길 아이를 맞는 엄마의 모습이 담겨 있다.

▲ 서울 종로구 창신동 동대문 쪽방촌 벽면에 그려진 벽화. 하굣길 아이를 맞는 엄마의 모습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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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좁은 골목길과 빛바랜 여인숙 간판, 담소를 나누는 할아버지·할머니의 주름….

서울 종로구 창신동 430-26번지. 일명 '동대문 쪽방촌'이라 불리는 이 곳에는 지난 반세기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쪽방촌이라는 별칭은 6.25전쟁 직후 이곳 여인숙 주인들이 더 많은 손님을 받기 위해 방을 여러 개로 쪼개 나누면서 붙여졌다.
이곳이 최근 '벽화'라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20여명의 홍익대 미대생들이 주축이 돼 쪽방촌 벽면에 벽화를 그려넣고 있다.

태풍 탓에 일정이 다소 연기돼 지난 1일에서야 본격적인 색칠 작업이 진행됐다. '추억을 그리다'라는 주제에 맞춰 1970년대 청계천 일대의 생활상이 벽면에 재연됐다.

부족한 생활 속에서도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었던 당시 모습을 그려달라는 게 이곳 주민들의 요청이었다. 현재까지 완성된 벽화는 6점에 이른다. 앞으로 40여점의 벽화를 더 그려넣을 계획이다.
5일 오후 쪽방촌을 찾았다. 쪽방촌 하면 으례 떠오르는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도 온데간데 없어졌다. 환하고 푸근한 느낌마저 준다. 초입에서 만난 몇몇 주민들은 "기초작업을 위해 칠해 둔 하얀 페인트만으로도 칙칙했던 동네 분위기가 확 사라졌다"며 흐뭇해했다.

▲ 채명순 할머니의 집 벽면에 그려진 벽화. 채 할머니는 "학생들에게 '피리 부는 목동' 그림을 특별히 부탁했다"며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흡족해 했다.

▲ 채명순 할머니의 집 벽면에 그려진 벽화. 채 할머니는 "학생들에게 '피리 부는 목동' 그림을 특별히 부탁했다"며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흡족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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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워진 벽면 보다 채워질 벽면이 더 많다는 설렘에 주민들의 기대도 대단했다. 이곳에서 63년간 거주했다는 이승재(84ㆍ남)씨는 "추석 전에 벽화가 모두 완성돼 동네 자체가 한 폭의 그림이 됐으면 좋겠다"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47년째 쪽방촌에서 생활하고 있는 채명순(80ㆍ여)씨는 이곳 주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터줏대감이다.

채 씨는 "벽화가 완성되면 우리 동네보다 더 멋진 곳은 없을 것"이라며 "지금 이 곳에서의 삶이 더할나위 없이 행복하다"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일부 주민들은 벽화 제작을 계기로 쪽방촌 관광지역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근 동대문 쇼핑몰을 통해 현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쪽방촌을 통해서는 과거의 모습을 소개하자는 발상이다.

김나나 동대문쪽방촌상담센터 소장은 "이번 벽화 작업은 관광지로의 발전을 위한 첫 시도가 될 것"이라며 "서울시 등과 함께 쪽방촌 관광지역화를 추진해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상권 발달에도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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