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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번째 남자>, 진화한 구미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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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번째 남자> 2회 금 MBC 9시 55분
시한부 남자와 천 년 묵은 여우의 시선으로 인간의 삶과 사랑의 가치를 조망하겠다는 <천 번째 남자>는 그만큼 목표가 거창하다. 하지만 목표보다 더 돋보이는 것은 거창한 이야기를 말랑한 로맨틱 코미디 안에 녹여내는 문법이다. 살 날이 3개월 남은 시한부 응석(이천희)과, 천 년을 살았지만 3개월 안에 진정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그의 간을 먹지 못하면 거품이 되어 사라질 운명인 미주(강예원)는 좋은 로맨틱 코미디의 소재인 동시에, 남들과 다른 시간을 살기에 세상을 다른 시야로 바라볼 수 있는 인물들이기도 하다. 미래가 없는 응석과 과거는 길었으되 미래는 불투명한 미주의 눈에, 세상은 너무 쉽게 사랑을 말하고 제 상처를 과시하기 바쁜 나약한 인간들로 가득한 곳이다. 그 속에서 서로를 발견한 남녀는 단순히 사랑에 빠지고 마는 게 아니라 서로의 인생을 바꾼다.

“사람은 죽을 이유가 많아서 죽는 게 아니라 살 이유가 없을 때 끝”이라는 자신의 말을 곱씹으며 약을 거르려던 응석이 “그러면 난 아니네요. 남자를 꼭 만나야 하니까”라는 미주의 말을 떠올리고 피식 웃으며 약을 먹는 장면은 일견 가벼워 보인다. 그러나 미주의 절실함이 응석에게 전염되는 정서의 흐름만큼은 가볍지 않다. 장면이 목표하는 바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상대의 삶을 변화시키는 관계의 묘사이기 때문이다. 시트콤이라는 장르명을 달고 있지만, 방청객 웃음소리를 지우고 대신 인물들에게 조용히 생각할 시공간을 허락하는 연출은 무거운 주제의식과 가벼운 장르 사이의 조화를 돕는다. 15세기 고어를 암호로 사용하는 구미호 일족 묘사나, 후각으로 사람을 찾는 미주의 능력, 임진왜란을 어제 일처럼 기억하는 구미호의 시간관념 등의 판타지적 요소를 자연스레 끼워 넣는 솜씨 또한 주목할 만 하다. 즉물적인 웃음을 위해 고안된 듯 보이는 박 비서(박정학)나 서 셰프(서경석) 등의 평면적인 조연 묘사는 아쉽지만, <천 번째 남자>는 그 흠보다는 주제의식과 장르 사이의 균형이라는 미덕이 더 선명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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