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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금 연체에 은행 "시공사가 갚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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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월적 지위 이용 "건설한 업체가 대신 내라" 압박
건설사 "경영파탄·계약자 모럴해저드 불러"


[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 A건설이 시공한 김포 소재 아파트는 입주가 한창 진행 중이다. 아직은 입주예정자들의 잔금납부기한이 남아 있는 셈. 그런데 집단대출을 해준 모 은행이 중도금 이자를 연체한 계약자들 대신 시공사가 대신 채무를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알고보니 연체한 계약자들에게는 1차로 상환을 공지했을 뿐이었다. 갑작스런 통보에 가뜩이나 불황에 시달리는 건설사는 난감해졌다.
금융권이 무리하게 아파트 분양대금 회수에 나서 눈총을 사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심화로 부실 가능성이 높아지자 금융권이 분양 아파트 집단대출 계약자들의 연체가 한차례만 발생해도 서둘러 시공사에 대위변제를 요구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분양아파트의 입주지연과 입주거부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있는 건설사들은 금융권의 이 같은 행태가 경영위기를 부채질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 대놓고 불만을 표시하지도 못한채 끙끙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줄이 끊길 수 있다는 약점이 있어서다. 앞서 시공사에 계약자 대신 분양대금을 납부하라고 독촉한 은행은 이에 불응할 경우 해당 건설사의 통장에서 자금인출을 금지시키고 대출기한 연장을 거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파트를 분양받은 계약자는 이 아파트단지처럼 주택금융공사나 대한주택보증을 통해 중도금 대출을 보증받은 경우가 많다. 주택금융공사의 지난 5월 말 현재 중도금 대출 보증 현황을 보면 559개 사업장 12만1229가구, 총 15조8505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보증을 선 아파트의 계약자가 중도금을 갚지 않으면 보증기관이 대신 은행에 중도금을 내고 계약자에 그 금액을 청구하는 것이 순서다.
이렇듯 버젓이 보증기관이 있는 데도 금융권이 계약자의 이자연체를 이유로 곧바로 대위변제를 시공사에 청구한 셈이다. 한 보증기관 관계자는 "대위변제 확인서가 접수되면 보증을 선 만큼 중도금을 지급하게 된다"며 "이후 계약자가 중도금을 갚지 않으면 가압류 등 법적인 절차를 통해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은행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도금 대출로 이자수익을 누리면서도 위험 부담 없이 계약상 불평등한 조건을 건설사에 강요해 대출계약 불이행으로 발생하는 손실을 건설사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사들은 이같은 금융권의 압박이 재무상태를 압박하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계약자들의 모럴해저드를 야기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건설사가 중도금을 대위변제를 해줬다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같은 단지 내 다른 계약자들이나 다른 아파트단지 계약자들의 대출이자 납부 거부 사태를 가져온다는 얘기다. 건설사들은 부실시공이나 인프라 부족 등을 이유로 입주를 거부하겠다는 세력이 이를 무기로 흥정을 벌일 개연성이 적잖다고 보고 있다. 건설사가 대위변제를 해주게 되면 채무자인 계약자는 신용불량자 신분을 당장 면할 수 있어 부담이 적다.

W건설업체 관계자는 "건설업체별 중도금 등 연체금이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수천억 규모에 이를 정도고 많다"며 "은행이 계약자를 상대로 채권 회수를 위한 채권 추심을 진행하지도 않고 연대보증인인 시공자에게만 채권 회수를 강제하는 것은 문제"라고 토로했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정책실장은 "중도금 대출기간을 대출실행일로부터 최소 3년으로 설정해 시공사가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주택금융공사 등이 중도금 보증을 할 때 건설사의 중도금 대출에 대한 연대보증 의무를 면제시키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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