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 '이승기 냉장고' 과하다 싶었는데"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삼성전자에서 세계 최대 용량의 냉장고를 내놓고 3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하겠다고 나섰을 때 업계의 반응은 '과하다'라는 것이었다. 너무 크고 비싼 가격 때문에 지갑을 열기 주저할 것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반응은 달랐다. 9일 저녁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가전 매장을 찾았다.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주부와 곧 결혼 예정인 신혼부부들이 삼성전자의 T9000 냉장고를 둘러보고 있었다.
어머니 부탁을 받고 냉장고를 보러왔다는 최소영씨는 "집에 단문형 냉장고랑 냉동고를 함께 쓰고 있어 이번 기회에 저장 공간 넓은 T9000을 구입할까 한다"며 "가격이 300만원 후반대로 고가라 고민되지만 양문형 냉장고랑 냉동고를 한꺼번에 구입하는 비용보다는 적게 들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신혼부부는 한참 냉장고 문을 여닫고 있었다. 잠깐 얘기를 들어보니 어차피 살 냉장고 용량 크고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으로 사자고 여자 쪽이 남자를 설득하기 시작한다. 결국 남자가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며 일단락됐다.
냉장고는 보통 한번 구매하면 최소 5~6년 많게는 10년도 사용한다. 이렇다 보니 싱글족이 아닌 바에는 용량이 크고 고급형 제품을 구매하는 사례가 많은 것이다.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전략도 이렇게 통했다.
T9000은 출시 한 달 만에 1만대가 판매됐다. 비수기인 여름휴가철과 불경기로 인한 소비 부진이 겹쳤지만 하루 평균 330여대가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T9000의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냉장고와 냉동고를 3칸으로 나눈 뒤 1칸을 냉동, 냉장, 김치 냉장고 용도로 바꿔 쓸 수 있도록 제공한다. 이런 최신 기능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도 상당히 좋다.
롯데 백화점 직원은 "신혼부부의 경우 김치 소비량이 적어 큰 사이즈의 김치 냉장고가 필요없다"며 "김치 냉장고를 별도로 구입하지 않고도 참맛 냉동실을 김치냉장고로 활용할 수 있어 신혼부부들에게 호평 받고 있다"고 말했다. 맞벌이 신혼부부의 경우 냉동식품 구매가 많아 T9000의 넓은 냉동고를 선호한다고도 했다.
수입 명품 냉장고를 사러 왔다가 T9000을 선택하는 사례도 많았다. 해외 명품 고가 냉장고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품질에 대한 믿음 덕분이다. 롯데백화점 직원은 " T9000을 사간 고객 10명 중 5명이 디스펜서형에 메탈을 입힌 고가 수입 브랜드를 사용해왔던 고객"이라며 "프렌치 도어를 쓰고 싶어 4~5등급에 불과한 낮은 에너지 등급과 적은 내부용량을 감수해온 고객들이 T9000의 출현을 특히 반겼다"고 설명했다.
"우리 승기 냉장고가 어느 거예요?"
매장을 방문하자마자 대뜸 이승기 냉장고를 찾는 고객도 있었다. 롯데백화점 직원은 "아줌마들이 이승기가 광고하는 냉장고를 판매하냐고 많이 문의해 온다"며 아줌마들 사이에 T9000의 별칭이 이승기 냉장고라고 귀뜸했다.
삼성전자 총괄도 T9000의 인기 요인 중 하나로 TV광고를 꼽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광고보고 제품이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다는 고객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이전 상품보다 TV광고 효과가 크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지펠 T9000을 신호탄으로 하반기 프리미엄 냉장고 시장을 적극 공략해 국내 냉장고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고수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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