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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1호' 대학, 허허벌판에서 시작된 취업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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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승환 기자]2009년 9월 인천대학교는 개교 이래 최대 모험을 단행한다. 송도 경제자유구역에 마련된 새 캠퍼스로 30년 된 캠퍼스를 통째로 옮겼다. 신 캠퍼스는 매립지인 송도의 바다 쪽 맨 끝 '허허벌판'이었다.

주변엔 기업 연구소와 공장만 드문드문 있었을 뿐 흔한 편의점 한 곳, 서점 하나 없었다. 학교로 가는 유일한 방법은 2㎞ 떨어진 지하철역에 내려 버스를 갈아타는 것이었다. 7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원성이 끊이지 않았다.
인천대가 송도 입주대학 1호를 자처한 이유는 4년 앞으로 다가온 국립화 때문이었다. '우수' 학생과 교수진을 끌어들이지 않으면 국립 법인이 된들 낙후된 학교의 위상을 올릴 방법이 없었다. 국내 유수대학들의 '러브콜'이 쇄도하던 송도는 기회였다.

2009년 7월 문을 연 인천대학교 송도캠퍼스. 인천대는 2010년 3월 인천전문대를 흡수통합한데 이어 내년 3월엔 시립대학 19년 역사를 마감하고 국립법인으로 새롭게 출발한다. /노승환 기자 todif77@

2009년 7월 문을 연 인천대학교 송도캠퍼스. 인천대는 2010년 3월 인천전문대를 흡수통합한데 이어 내년 3월엔 시립대학 19년 역사를 마감하고 국립법인으로 새롭게 출발한다. /노승환 기자 todif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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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이전과 동시에 인천대가 총력을 기울인 분야는 취업이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대학의 이미지를 끌어올릴 대안이 취업률 제고였다. 인천대는 전에 없던 취업 지원 프로그램들을 시행했다.

가장 큰 변화는 '전담 교수제' 도입이었다. 350여명의 교수진 중 71명을 진로ㆍ취업 전담교수로 지정했다. 각 과(학부) 당 1명 꼴로 교수들이 배정됐다. 기존 제물포 캠퍼스 시절엔 상상할 수 없던 '혁신'이었다. 처음엔 "강의와 연구에 전념해야 할 교수들이 학생들 취직시키려고 '세일즈맨'이 돼야 하느냐"는 분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취직이 '생사의 기로'나 마찬가지인 학생들에게 교수들이 가진 네트워크는 사회로 나아가는 가장 확실한 디딤돌이기 마련이다. 학생과 전담교수와의 '스킨십'이 늘면서 자연스레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교수들이 기업체를 직접 다니면서 채용설명회와 특강을 유치해오고 학생들과 1대 1 상담을 이어갔다.

전담교수제는 외부의 전문가를 학교 안으로 불러 들였다. 기업 CEO와 임원진들이 맡는 취업 관련 강의가 늘기 시작했다. 이른바 '우수기업 전문교수제'다. CEO들이 기업현장의 상황과 실제 필요한 지식ㆍ노하우들을 학생들에게 직접 가르치는 가교 역할을 맡았다.

강의 외에 정기적으로 자신이 다니는 회사로 학생들을 데리고 가 현장경험을 쌓게 하고 그 과정에서 실제 취업에 성공하는 사례도 생기기 시작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취업지원 사업들이 공격적으로 진행됐다.

새로운 프로그램이 효과를 보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2009년 6월 인천대 각 계열의 평균 취업률은 39.9%였다. 수도권 소재 대학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9년 캠퍼스 이전 후 1년 만에 취업률이 '수직상승'했다.

40%에도 미치지 못하던 취업률은 1년 뒤 2010년 6월 54.5%로 단숨에 15% 가까이 뛰어올랐다. 건강보험 가입여부를 기준으로 하는 정규직 취업률이다.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나면서 취업지원 프로그램들은 내실을 더해갔다. 가장 성공적으로 정착한 사업은 현장실습이다. '알바' 만도 못한 '시간 떼우기' 식 현장실습은 애초부터 설 자리가 없었다. 프로그램은 철저히 실무 위주다.

우선 자신의 전공과 관련이 없는 기업엔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나갈 수가 없다. 학생들의 신청이 접수되면 전공을 기준으로 후보 기업들이 추려지고 심사를 거쳐 학생들이 현장에 배치된다. 여름과 겨울방학에 이뤄지는 현장실습은 정규학점으로 인정된다.

학생들이 현장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받는 월급을 대부분 학교가 부담하는 것도 특징이다. 실습기간에 따라 60만원에서 120만원씩 학교가 급여를 지급한다. 이런 식으로 지난해 현장실습에 참여한 518명에게 지급된 급여만 5억9000만원이 넘는다.

그러니 기업 입장에서도 현장실습생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6개월에서 1년 씩 걸리는 인턴십을 큰 비용을 들여 운영하지 않아도 되는 잇점이 크다. 실습나온 학생평가는 전적으로 해당 업체 몫이다. 평가 과정에서 눈에 띄는 학생은 면접과 테스트를 거쳐 곧바로 채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한 해에만 37명이 현장실습을 하다가 취업에 성공했다.

인천대 취업지원 프로그램 'UI 엘리트' 코스에 지원한 학생들이 세미나에서 토의를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인천대

인천대 취업지원 프로그램 'UI 엘리트' 코스에 지원한 학생들이 세미나에서 토의를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인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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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가 운영하는 취업지원 프로그램 중 으뜸은 'UI 엘리트' 코스다. 졸업을 앞둔 4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1학기 말 고사가 끝날 때부터 기업현장에서 직접 나온 전문 상담사들의 집중관리가 이뤄진다. 산업별ㆍ직무별로 모두 6개의 조가 짜여져 한 조에 20명 안팎씩 학생들이 배치된다.

학생들은 상담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기업체에 실제 들어가면 어떤 일을 맡을지, 그 일이 자신과 잘 맞는지부터 파악한다. 그런 다음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작성요령, 면접 시 화법, 이미지 메이킹 등 취업에 필요한 사항들을 꼼꼼히 준비한다.

이 코스는 지난해 처음 도입돼 '대박'을 냈다. 80명 전원이 3개월 간의 교육을 마치고 이 중 64명, 80%가 취업에 성공했다.

김형기 인천대 인재개발팀장은 "캠퍼스를 옮긴 2009년, 과거 인천전문대를 흡수통합한 2010년을 지나면서 학교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점차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 더 많은 학생들이 취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노승환 기자 todif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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