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MS-구글-애플 '10년전쟁'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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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시계를 1998년으로 되돌려보자. 세계를 지배하는 IT업체는 마이크로소프트(MS)다. MS의 윈도우는 전세계 95%의 컴퓨터에 보급됐고 기업가치는 2500억달러에 육박한다.


애플은 고전중이다. 1997년 다시 복귀한 스티브 잡스는 이미 10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고심하던 잡스는 이 해 3월 PC제조업체 컴팩에서 팀 쿡을 영입한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 애플의 연간 컴퓨터 판매량은 겨우 200만대 수준일 뿐이다. 구글은?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이제 막 멘로 파크의 창고에 사무실을 차린 참이다. 카드로 빚을 내 사무실을 구했고 책상은 문짝을 떼어 얹어두는 것으로 대신한다.

그리고 2012년. 이 세 기업의 관계에 어떤 역전이 일어났는지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1998년 말 빌 게이츠는 '어느 회사가 가장 두렵느냐'는 뉴요커 지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나에게 두려운 상대가 있다면, 지금 어느 창고에 처박혀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개발하는 데 골몰하고 있을 누군가입니다." 이 말은 차라리 예언에 가까웠다.


IT업계는 단언컨대 연예계보다도 더 흥미로운 세계다. 실리콘밸리의 테크스타들은 '추종자'들에게 신에 가까운 대접을 받는다. 스티브 잡스가 그 유명한 프리젠테이션을 이끌었던 애플의 세계개발자컨퍼런스(WWDC)는 록페스티벌이나 다름없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출시될 때마다 모든 미디어는 정신없이 들썩인다. 가장 치열하고 무섭도록 빠르게 변하는 업계. 그 중에서도 '3강'인 MS와 구글, 애플이 벌여 온 경쟁은 '전쟁'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그래서 '디지털 워'는 IT업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디지털 워'는 1998년부터 이들 세 업체들이 검색과 스마트폰, 음원, 태블릿PC등의 영역에서 어떤 전략으로 질주해왔는지 생생하게 그렸다. 영국 가디언지 IT전문기자인 저자 찰스 아서(Charles Arthur)는 각 업체의 상황들을 '교차편집'하면서 책 속에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1998년 당시 독주하던 MS는 검색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한다. 막 걸음마를 뗀 기업이었던 구글은 처음으로 이익을 내던 2000년대 말 '잠수'를 선택했다. MS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였다. '사악한 제국' MS의 눈에 띄어 제대로 성장해보지도 못한 채 궁지에 몰릴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그 사이 MS의 검색사업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맸다. 검색 개발을 위해 1억달러의 자금을 들여 프로젝트팀을 꾸렸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2003년 상장을 결정하며 드디어 수면 위로 떠오른 구글에게 MS는 인수 제의를 해 온다. 구글은 거절했다. 그 무렵 구글 내 분위기는 "공포까지는 아니고 두려움 정도"로 묘사된다. 그 뒤로 10년이 지났고, 이제 구글은 MS의 규모를 훌쩍 뛰어넘으며 검색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면 역시 주인공은 애플이다. 애플 '아이폰'의 탄생은 거의 종교적 표현으로 그려진다. 정전식 터치스크린에 전혀 새로운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아이폰의 개발은 '거대한 공학적 도전'이었고, 완벽하게 터치로 구동하는 아이폰은 '좀처럼 멈출 줄 모르는 지진'같은 인식의 대전환을 가져온다.


그러나 2007년 잡스가 아이폰을 공개했을 때 다른 기업들은 그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당시 휴대전화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터치 기능도 도입돼있었다. MS는 '윈도우모바일' OS에 주력하고 있었으며 노키아 역시 "인터넷 브라우징은 우리도 2년전에 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블랙베리를 생산중이던 RIM의 한 직원은 "10년 뒤에나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놀라운 일"이라며 경악했다고 털어놓는다.


지금 윈도우모바일 OS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세계 1위 휴대폰 제조사였던 노키아는 몰락했고 RIM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기까지 5년도 채 안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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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3개 업체의 상황은 달라졌다. 이제 애플은 전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다. 구글의 시가총액은 1980억달러로 순항중이다. 반면 1999년 당시 시가총액 6000억 달러를 넘었던 MS는 2550억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물론 이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어떤 새로운 서비스와 기기가 등장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지난 15년간의 역사를 간파하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변화에 대비할 지혜를 줄 것이다. 게다가 그게 아니더라도 이 책은 무척 재미있다. 기어이 잘못된 선택을 할 때마다 저절로 비명(?)이 나오고, 우리가 어떤 변화 속에 살고 있는지 바로 체감된다. 스티브 잡스와 래리 페이지, 빌 게이츠, 스티브 발머 등 전설적 테크스타들의 행보를 구경하는 재미 또한 덤이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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