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통한 표정으로 두 차례나 90도 가까이 머리를 숙였다. 표현도 간접적 표현을 쓰던 예전과 180도 달라졌다. "억장이 무너진다"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다" "모든 것이 제 불찰" "어떤 질책도 달게 받겠다" 등 직접적인 표현으로 자신의 심정을 전했다.
그는 대국민 사과 사실을 청와대 참모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대국민 담화문 발표 45분 전에야 홍보수석실에 통보했다. 또 자신이 직접 손으로 쓴 사과문을 들고 나왔다. 그만큼 전격적이었고,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담으려 했다.
이날 이 대통령이 국정 수행 전념 의지를 강하게 표시한 것은 당연하다. 임기 말 대통령은 심적으로 흔들리기 쉽다. 세계 경제 위기의 격랑을 해쳐가는 한국호의 선장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이 대통령의 다짐이 그대로 실천되길 바란다.
최근 검찰 수사에서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2008년 대선 자금 관련 문제나 청와대가 직접 관련된 정황이 드러난 민간인 사찰을 거론하지 않은 것도 아쉽다. 나중에 또 사과하게 될지도 모르는 만큼 짚고 넘어갔어야 했다. 대통령 친인척ㆍ측근 관리에 실패한 청와대 사정 라인의 인적 쇄신도 빠졌다.
이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국민들이 마뜩치 않아 하는 이유다. '역사에 어떻게 남을 것인가' 고민하지 말고 스스로 역사를 만들어 가야 한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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