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국민연금이 국내 1위 자동차 공조업체 한라공조의 최대주주인 미국 비스티온의 공개매수에 불참, 공개매수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면서 향후 시나리오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비스티온이 2차 공개매수나 관리종목 편입 등을 통해 한라공조 상장폐지를 재시도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23일 직접 보유한 한라공조 지분에 대해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라공조 2대 주주(지분율 8.10%)이자 이번 공개매수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국민연금이 반대 입장을 취하면서 공개매수는 실패로 돌아가게 됐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이날 오후 투자위원회를 열어 한라공조의 기업가치와 향후 성장성을 검토한 결과 이번 비스티온의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는 것이 장기투자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간 비스티온이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가운데 국민연금은 공개매수 여부를 두고 고민을 거듭해왔다. 공개매수에 응해 차익실현에 나서자니 상황이 바뀔 경우 헐값에 지분을 넘겼다는 비난의 화살을 받을 수 있고, 불응하자니 차익실현 기회를 포기했다는 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서다.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인 비스티온은 이달 5일 기관 투자가와 개인 소액 주주로부터 한라공조 주식을 사들여 지분율을 95%까지 끌어올린 다음 회사를 자진 상장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한국을 비스티온의 글로벌 공조 부문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를 두고 소액투자자를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은 '차익실현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는 입장을 취해 왔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한라공조 주식 평균 취득 금액이 주당 1만3338원으로 알려졌는데 공개 매수에 응할 경우 1000억원 가량의 시세 차익이 예상된다"며 "재무적 투자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국민연금이 국부 유출 등 정치적인 이유로 차익실현의 기회를 포기한다면 자산신탁의무에 배치된다"고 말했다.


한 소액주주는 "한라공조 공개매수 실패로 주가 급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만약 비스티온이 2차 공개매수를 진행하지 않을 경우 소액주주들의 피해도 막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무상 배임 혐의의 소송까지 검토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라공조 노조와 산업계 등은 헤지펀드(Solus Alternative Asset Management) 등 금융자본이 최대주주로 있는 비스티온이 결국 몸값을 높여 재매각, 결국 국부 유출 우려까지 낳을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혀 팽팽한 대립각을 세웠다.


한라공조 노조 측은 "비스티온의 최대주주는 헤지펀드·대안투자사 등 기관투자자로 투자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한라공조의 현금 배당을 늘리고 경영권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비스티온이 공개매수 비용 9150억원을 전액 차입, 결과적으로 한라공조가 차입금 부담을 떠안게 된 데 대해서도 우려의 입장을 표명했다.


현대기아차 등 산업계 역시 비스티온이 한라공조의 지분 100%를 보유할 경우 기업 가치가 훼손될 여지가 있고, 부품단가 협상에 불리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국민연금에 반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이 불참, 공개매수가 실패가 돌아가면서 기관투자자들도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소액주주 피해와 차익실현 기회 상실이라는 리스크를 떠안고 공개매수 불참을 결정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2차 공개 매수시 가격이 첫 제시가격인 2만8500원보다 상향 조정될 수 있어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AD

다른 기관투자자는 "비스티온의 2차 공개매수 여부가 아직은 불투명하고 주가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이달 말 경과보고서가 나오고 비스티온이 2차 공개매수에 들어가려면 물리적인 시간이 최소 6개월 이상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재무구조가 탄탄하지 않은 비스티온 입장에서 2차 공개매수에 응할 지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한편 이날 한라공조 주가는 전거래일대비 700원(2.74%) 하락한 2만4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서소정 기자 ssj@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