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글로벌 불황이 심화되면서 빚에 허덕이는 컴퍼니 푸어가 대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조선업계 세계 1위인 HD한국조선해양 마저 컴퍼니푸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선, 철강, 건설, 유통 등의 업종에서도 한탄이 잇따르고 있다.
17일 산업계와 FN가이드에 따르면 컨센서스 추정기관수 3곳 이상인 상장기업(12월 결산법인, IFRS 연결 기준) 99개사 중 74개사의 순이익이 작년 말 추정 당시 보다 줄어들거나 적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한국전력 동국제강 STX팬오션 등은 작년말만해도 흑자였던 순이익 전망치가 적자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현금 사정도 나빠졌다. 각 증권사가 올 1분기 실적을 반영해 발표한 98개 상장사의 잉여현금흐름(IFRS 연결 기준) 추산치는 18조4458억원으로 지난해 말 39조9590억원보다 53.8% 줄었다. 이 중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SK텔레콤 삼성물산 등 20곳은 올해 잉여현금흐름 전망치가 적자로 돌아섰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으로 발생한 현금흐름에서 세금, 설비투자 등에 쓴 비용을 뺀 금액을 뜻한다.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면 투자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해 외부에서 빚을 내야 한다. 그야말로 컴퍼니 푸어로 전락하는 셈이다.
이에 앞서 LG전자_$도 지난달 2억1500만 스위스프랑(약 2630 억원) 규모의 해외사채를 발행했다.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서였다. LG전자는 올해 기준으로 1조4000억원 가량의 차입금을 상환해야 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도 1조원 상당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한화오션 역시 오는 23일 5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이는 모두 은행 단기차입금 상환자금으로 사용된다.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낸 셈이다.
자금 마련과 함께 구조조정 작업도 빨라졌다. 한국GM은 이미 글로벌GM의 인원감축 의지에 따라 희망퇴직을 실시한데 이어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검토중이다. 올해 눈에 띄게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르노삼성 역시 잔업이나 주말특근을 중단하는 등 긴축경영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반포지점, 압구정지점 등 주요 거점에 있었던 영업점도 잇달아 철수시켰다. 미국에서 대규모 배상금을 물게 되면서 하반기 실적 턴어라운드 목표 달성이 어렵게 된 LG디스플레이도 모바일OLED 사업부 폐지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섰다. 이 회사는 지난 1ㆍ4분기까지 6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면서 2~3개월 동안 그룹차원의 경영진단을 받았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연 연구원은 "기업들의 사정이 나빠지고 있는데 상반기 무역수지가 흑자였던 것은 특정 품목(자동차), 특정 국가(중국)에 의한 착시현상"라며 "착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요소들을 제거한 지표들까지 모니터링해 경기 판단을 정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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