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수준의 프리미엄이 붙은 준공 단계의 주택도 거래가 이뤄지는 모습이다. “될 곳만 된다”는 분위기가 반영된 탓이다. 특히 이주·철거에 진입해 조합원 감정평가 금액이 산정되는 곳에서는 투자자들의 가세로 인해 프리미엄까지 형성되고 있다. 이주 중이지만 조합원 동호수 추첨 이전의 사업장은 층과 향이 배정되는 추첨 결과에 따라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이주를 완료하고 철거가 예정되면서 투자여력이 소진된 가재울뉴타운4구역 역시 1000만~30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다만 중소형 선호도가 높은 최근 시장 분위기가 반영되면서 지분거래는 전용면적 85 ㎡이하를 받을 수 있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반면 서울시내 정비사업지 중 조합원 이주를 제때 못하는 사업장도 늘어나는 추세다. 통상적으로 사업시행과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후 9~12개월내 조합원 이주를 시작하던 과거와 다른 분위기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양천구 신정동에 위치한 신정1-1지구와 2-2지구, 성북구 석관동 석관제2구역의 경우 관리처분인가를 통과한 이후 1년을 훌쩍 넘긴 시점에 이주계획 준비에 나섰다. 특히 이미 이주가 시작된 마포구 용강동 용강제3구역, 동작구 상도동 상도제10구역은 이주계획 마련에만 1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서울시가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면서 예전과 같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소형평형 확대 등 공공성 강화를 요구하면서 사업기간이 늘어난 경우도 있다. 최근 강동구에 위치한 대규모 재건축 사업지가 선이주를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부동산시장 침체도 한몫했다. 급기야 일반분양을 팔아야하는 조합들이 두터운 소형 수요층을 감안해 자발적 소형확대와 분양가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분양을 준비하고 있는 성동구 왕십리동의 왕십리뉴타운1·3구역이 2008년 이주절차가 시작됐음에도 조합원과 시공사간 적정분양가 다툼으로 4년이 지난 현재까지 구체적인 분양 일정을 잡지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렇다보니 투자자들의 선구안이 더욱 까다로워졌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주·철거가 진행되는 재개발 구역은 준공까지의 기간이 불과 2~3년으로 투자기간이 짧아 초기사업장에 비해 위험부담이 적다. 거래가 쉬운 만큼 자산활용도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다. 반면 위험이 낮은 만큼 기대수익이 떨어진다. 이미 사업 계획이 대부분 확정되면서 공개된 정보에 따라 적정수준의 프리미엄이 형성된 경우가 많다. 경우에 따라 투자자의 투자금 대비 시세차익 수준이 미미한 경우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연구원은 “안정적 사업완료 기대감과 달리 최근에는 이주·철거 단계에서도 소송 등으로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며 “이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는 추가 부담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철저한 사전조사 이후 매입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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