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구둣방을 운영하는 이모(50)씨의 말이다. 최근 의류업계에 이어 신발업계에도 패스트패션 바람이 불면서 구둣방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이 같은 소비패턴이 확산되다보니 구둣방을 찾는 손님이 뚝 끊겼다.
노량진 고시촌 골목 어귀에서 40여년동안 신발을 수선해 온 김희봉(57)씨는 "한 때는 월급쟁이보다 많은 월 200만원을 벌어 자식 넷을 키웠지만 최근에는 잘 벌어봐야 한 달 수입이 120만원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곳의 구두닦는 비용은 3000원, 여성 굽갈이 3000~4000원, 구두 밑창 갈이 8000원 수준으로 4년 전과 동일하다. 구두약, 고무 등의 가격은 원유가격 상승과 동반해 올라가지만 손님들은 굽을 갈 때마다 "비싸다"는 말이 입에 뱄다. 워낙 저가 신발들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굽 가는데 4000원이라고 하면 비싸다는 손님들이 있는데 그분들 신발을 보면 1~2만원짜리 구두"라며 "그런 신발들은 여름 장마철만 지나면 접착제가 다 떨어져나가고 헤져서 못 신게 되거든. 그러니 아예 한번 신고 버릴 요량으로 사 신은 거라면 수선하지 말라고 말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 불황과 저가 신발 공세 외에도 구둣방들은 변화하는 패션 트렌드 때문에 애를 먹기도 한다.
명동에서 구두 수선을 하는 김모(49)씨는 "예전에는 양복 입으면 무조건 구두를 신었지만 요즘 신세대들은 양복에 운동화를 신기도 하고, 심지어 공무원들도 반바지에 운동화 신고 출근하지 않냐"면서 "구두 소재도 딱딱한 소가죽이 아니라 부드러운 천, 양가죽 등으로 변하면서 구두 닦으러 오는 사람은 더더욱 줄고 있다"고 전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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