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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5000원짜리 중국산에…구둣방에 손님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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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길거리에 1만~2만원짜리 신발이 쏟아지다보니 끈이 떨어지거나 굽이 닳으면 버리고 말지, 수선해서 신는 사람들이 없어요. 구두 닦으러 오는 사람도 줄었어요."

▲1만원대 미만의 중국산 신발들이 쏟아져나오자 수선은 물론 구두를 닦을 필요성도 많이 줄어 구둣방을 찾는 손님이 뚝 끊겼다.

▲1만원대 미만의 중국산 신발들이 쏟아져나오자 수선은 물론 구두를 닦을 필요성도 많이 줄어 구둣방을 찾는 손님이 뚝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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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 구둣방을 운영하는 이모(50)씨의 말이다. 최근 의류업계에 이어 신발업계에도 패스트패션 바람이 불면서 구둣방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패스트패션이란 최신 유행을 반영한 의류를 수시로 만들어 싼 가격에 판매하는 것으로 제작ㆍ유통ㆍ소비의 단계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신발도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심리가 맞물리면서 유통ㆍ소비 단계가 단축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시즌마다 변하는 유행에 맞춰 나온 1만원대 미만의 중국산 신발을 반년도 채 신지 않고 버리고 있는 것. 수선은 물론 구두를 닦을 필요성도 많이 줄었다.

이 같은 소비패턴이 확산되다보니 구둣방을 찾는 손님이 뚝 끊겼다.

노량진 고시촌 골목 어귀에서 40여년동안 신발을 수선해 온 김희봉(57)씨는 "한 때는 월급쟁이보다 많은 월 200만원을 벌어 자식 넷을 키웠지만 최근에는 잘 벌어봐야 한 달 수입이 120만원이다"고 말했다.
김씨는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고가의 구두보다 저가 위주의 신발들만 소비되다보니 3000~4000원씩 주고 굽갈러 오는 손님이 없어요. 중국산 신발들을 보면 5000원, 8000원 수준인데 누가 5000원짜리 신발을 4000원 주고 수선하러 오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이렇다보니 재료값은 계속 오르는데 수선비는 10년전이나 별반 차이가 없어요. 인건비만 계속 까먹고 있는 거지"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곳의 구두닦는 비용은 3000원, 여성 굽갈이 3000~4000원, 구두 밑창 갈이 8000원 수준으로 4년 전과 동일하다. 구두약, 고무 등의 가격은 원유가격 상승과 동반해 올라가지만 손님들은 굽을 갈 때마다 "비싸다"는 말이 입에 뱄다. 워낙 저가 신발들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굽 가는데 4000원이라고 하면 비싸다는 손님들이 있는데 그분들 신발을 보면 1~2만원짜리 구두"라며 "그런 신발들은 여름 장마철만 지나면 접착제가 다 떨어져나가고 헤져서 못 신게 되거든. 그러니 아예 한번 신고 버릴 요량으로 사 신은 거라면 수선하지 말라고 말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 불황과 저가 신발 공세 외에도 구둣방들은 변화하는 패션 트렌드 때문에 애를 먹기도 한다.

명동에서 구두 수선을 하는 김모(49)씨는 "예전에는 양복 입으면 무조건 구두를 신었지만 요즘 신세대들은 양복에 운동화를 신기도 하고, 심지어 공무원들도 반바지에 운동화 신고 출근하지 않냐"면서 "구두 소재도 딱딱한 소가죽이 아니라 부드러운 천, 양가죽 등으로 변하면서 구두 닦으러 오는 사람은 더더욱 줄고 있다"고 전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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