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유럽 전체의 위기 속에서 독일만 예외 상황은 더 이상 계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의 경제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의 위기가 이제 독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6월 독일 기업 신뢰도는 2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및 스페인의 은행권의 부실 문제도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지표에서는 유럽에서의 긴축 조치 등의 영향으로 독일산 자동차, 기계류 등에 대한 수요 역시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1일 발표된 독일 제조업의 구매관리자지수(PMI) 역시 3년 사이에 가장 수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5월 소매 판매 역시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하락세를 보였다.
독일의 대기업들도 압박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조셉 캐져 지멘스의 최고재무관리자(CFO)는 26일 “올해 남은 기간 동안 목표를 채울 수 있을지는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대표적인 은행 중에 하나인 코메르츠방크는 부동산 및 선박금융 관련 사업부를 폐쇄한 상황이다.
그동안 두자릿수의 수출 증가세를 보여 왔던 중국 시장 역시도 투자가 위축되면서 6%로 떨어졌다. 중국 경제의 부진이 독일 수출길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독일 경제가 몰락의 과정을 겪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수년간 독일의 임금 상승률은 물가를 따라잡지 못하다 올해 들어서야 임금이 상승세를 보였다. 독일의 경기신뢰도도 안정된 수준이고, 경제는 1% 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일반적인 독일 국민들 역시 유럽 부채 위기를 심리적으로 겪지 않고 있다.
하지만 독일 국민들은 미래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입장이다. 프랑크푸르트의 한 택시운전사는 "다른 나라의 부채 때문에 시달리거나 아니면 독일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미 스튜어드 피델리티 투자증권의 해외채권 부분장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받게 되면 독일이 이를 구제에 나서게 되면서 신용도 역시 하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럽정상회의에서 유럽연합(EU)는 국채 증가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EU의 구제기금을 스페인 은행에 직접투입하는 것을 허락하기로 했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부채 문제로 고통을 겪는 국가는 물론이고 다른 유로존 국가들의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라 증권의 옌스 선더가드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지역의 경기 후퇴는 메르켈 총리 및 독일연방은행으로 하여금 통화정책의 완화 및 재정정책에 나서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독일 역시도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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