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1호기에서 완전 정전 사고가 일어난 것은 지난 2월 9일이었다. 그러나 운영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은 한 달 가까이 사건을 은폐했다. 안전위가 사건을 보고받은 후 운행중지 명령을 내리고 조사에 돌입한 것은 3월 12일이었다.
정전의 원인이 됐던 전력계통과 노후화 우려가 뒤따른 원자로 압력용기가 주요 점검 대상이 됐다. 정전사건의 직접적 원인은 비상시 전력공급장치인 비상디젤발전기가 공기공급밸브 결함으로 기동에 실패했기 때문이었다. 안전위는 사고 직후 공기공급밸브를 새 것으로 교체하고 이중으로 설치하도록 조치했었다. 안전위는 "이번 점검에서는 관련된 설계 변경과 설치기준, 종합적 성능 등이 적합한 수준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노후화로 수명이 한계에 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던 원자로 압력용기에 대해서도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박윤원 KINS 원장은 "원래 2014년으로 예정돼있던 체적비파괴검사를 올해 2월로 앞당겨 초음파검사를 실시한 결과 원자로 건전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내부에 깊이 7cm, 길이 40cm 균열을 가정하고 운전시 문제 발생 가능성을 검사했다"고 덧붙였다. 원자로가 내부 온도 변화를 견딜 수 있는 강도인 가압열충격 허용기준도 만족한다는 설명이다. 박 원장은 "고리 1호기의 가압열충격 온도는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통용되고 있는 평가 방법에 따라 측정한 결과 허용기준인 149도보다 낮은 127도"라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향후 노후원전 운영 방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고리 1호기는 1977년 가동을 시작했다. 올해로 가동 35년째다. 애초 설계수명은 30년이었다. 2007년 6월 설계수명이 만료됐으나 향후 10년간 주요 배관과 격납 건물 등이 유지될 수 있다는 정부의 판단 아래 2017년까지 운전 기간이 연장됐다. 1982년부터 가동된 월성원전 1호기 역시 올해 11월 설계수명 30년이 끝난다.
환경단체와 지역사회에서는 노후원전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이 날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은 "고리 1호기는 국내 전체 원전 사고·고장의 20%가 집중된 '유리원전'"이라며 "고리 1호기를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 지역 환경단체와 시민단체가 연대하고 있는 이 단체에서는 지속적으로 노후원전인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 폐쇄를 주장해 왔다. 원전이 소재하고 있는 부산 기장군과 울산 울주군, 경주시, 울진군, 전남 영광군에서도 지난 5월 공동 협의회를 꾸려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노후원전을 포기하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했었다.
이와 관련해 안전위측은 "월성 1호기 안전성은 검토중"이라며 "원전 재가동은 안전을 전제로 사업부처에서 결정할 사항"이라며 선을 그었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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