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와 오시이 마모루. 일본 애니메이션을 움직이는 두 축이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미야자키 하야오가 자연, 인간, 현실에 대한 메시지를 매끈한 우화로 전달한다면, SF 세계에서 인류와 삶을 고민하는 오시이 마모루는 다소 건조한 그림으로 현실 세계의 문제를 제기한다. 둘 다 작품의 페이스가 빠르지 않아 많아야 2년에 한 작품 정도지만, 2D를 고집하며 그림의 잠재력을 무한하게 확장하는 두 거장은 오늘날 일본 애니메이션의 품을 완성했다. 물론 이 두 이름이 전부는 아니다. <원피스>, <드래곤볼> 등을 필두로 한 도에이동화, <포켓몬>, <도라에몽> 등의 대표 상품을 보유한 방송국 중심의 인기 시리즈물들, 그리고 CG의 첨단을 그리는 가이낙스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힘은 다양한 장르, 다양한 기법의 작품이 나름의 수요와 공급으로 균형을 맞추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제작사가 있다. 교토를 기점으로 한 교토 애니메이션. 2010년 <케이온>으로 큰 성공을 거둔 이 제작사는 올해 <빙과>를 내놓았다. 작풍이 진중하고, 신선하며, 사려 깊다. 풍부한 일본 애니메이션 토양이 배출한 또 하나의 그림이랄까 지금 교토애니메이션이 뜬다.
“친절하지만도, 아프지만도 않”은 청춘
<빙과>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카미야마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1학년생 오레키, 치탄다, 후쿠베, 그리고 이바라가 등장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각각 고전부에 소속된 넷은 매회 하나의 추리를 푼다. 추리라고 해봤자 대단한 것이 아니다. 매주 반복적으로 대여, 반납되는 도서실 책의 사연이랄지, 정체불명 서클의 존재 혹은 문집의 백넘버를 찾아 나서는 여정 정도다. 스펙터클의 어드벤처도 없고, 드라마틱한 반전이나 결말도 없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추리소설 <고전부>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빙과>는 그저 어느 고교의 일상을 재료로 삼는다. 원작의 설정을 바꾸거나 뒤집어 변형하지도 않는다. 본래의 이야기에 충실한 채 인물이 겪는 청춘의 아픔, 기쁨, 그리고 비밀에 몰두한다. 방과 후 교정이 갖는 묘한 여운과 긴장이 <빙과>의 가장 큰 주인공일 것이다. 수업이 끝나고, 대부분의 친구들이 학교를 떠난 뒤 교정은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던 청춘의 한 풍경을 드러낸다. 섬세하고 감성적이며, 여운이 크다. “청춘은 친절하지만도, 아프지만도 않다”는 대사 또한 오래 남는다. 문화평론가 류자키 타마키는 <빙과>를 “일상계 소설”이라 분류하며, “<빙과>가 청춘의 미스터리를 가장 은밀하고 사적인 방식으로 풀어낸다”고 평했다. 방과 후, 청춘의 이면이 숨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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