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원, 광역의원, 기초단체장, 광역단체장 등 지방자치 일꾼들은 흔히 우리 국민들로부터 많은 무시를 당한다. "도대체 왜 뽑아 놨는지 모르겠다"는 비아냥을 듣는다. 그러나 지방자치 일꾼들은 굉장히 소중한 존재들이다. 겪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내 실생활에 불편함이 생겼을 때 호소할 수 있는 곳은 국회나 청와대가 아니다. 우리 동네 구의원, 시의원에게 하소연하는 것이 훨씬 빠르다. 또 제기된 민원은 구청장이나 시장ㆍ도지사가 나서서 해결해 준다.
이번 지방자치 일꾼들 중에서도 비리를 저지르거나 자질에 문제가 있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훌륭히 임무를 수행하는 이들이 더 많다. 이들 때문에 오늘도 우리 집 앞 깨진 가로등이 교체되고, 마을 구석진 곳에 어렵게 홀로 사는 노인의 집에 쌀가마니가 도착하고 있다.
반환점을 돈 지방자치 일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우선 초심을 잃지 말라는 것이다. 초심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저마다 임기 시작 즈음에 마음 먹었던 각오와 목표가 있었을 것이다. 망각하고 있지 않았나, 이탈하지 않았나 점검하고 현재의 모습을 비춰 반성해 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민심을 무서워 하라. 많은 사람들이 찬성ㆍ반대하면 분명히 이유가 있다. 표풀리즘으로 가라는 얘기가 아니다. 여론에 항상 귀를 기울이고 경청하며, 잘못된 점은 과감히 수용하고 즉시 시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신문 지상의 비판적 기사에 대해 "왜 이렇게 나를 못 살게 구냐, 무슨 감정 있냐"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지방자치 일꾼을 할 만한 자격이 없는 사람이나 하는 일이다. 비판적 여론에 대해 너무 민감해서도 안 되지만 모르쇠하는 것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이끄는 지방자치 일꾼들이 할 일이 아니다. 민심은 천심이다. 너무 당연해서인지 까먹었다가 큰 코 다친 일꾼들이 많지만, 명심해야 한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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