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과 미국 킴벌리클라크는 1970년 합작해 유한킴벌리를 세웠다. 이후 40여 년간 협력하며 유한킴벌리를 튼실하고 존경받는 회사로 키웠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유한양행 창업이념에 맞춰, 유한킴벌리도 전문경영인의 독립경영을 유지했다. 유일한 박사의 기업관이 투영된 모범적 합작관계 속에서 유한킴벌리는 날로 성장했다. 그런데 일이 터졌다.
2009년 킴벌리클라크가 지명한 이사가 유한킴벌리에서 20억 원을 불법 인출했다. 이에 반발한 유한양행이 특별감사를 요구했고 문제가 있음이 밝혀졌다. 해당 이사를 퇴진시키라는 유한양행의 요구를 받아들이며 킴벌리클라크는 몇 가지 조건을 걸었다. 유한킴벌리가 킴벌리클라크에 지급하는 로열티와 주주배당을 늘이고, 북아시아본부의 운영비를 분담하자는 것 등이었다. 유한양행은 거절했다.
이런 결정이 유한킴벌리의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는 곧 기업의 이익을 사회로 환원시켜야 한다는 유일한 박사의 기업관과 배치되는 것이었다. 이후 두 회사는 인력 구조조정, 사회책임경영 투자 축소 등 사안을 놓고 갈등을 거듭했다.
일련의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는가는 보는 눈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이 있다. 유일한 박사가 남긴 기업관은 시스템으로 정착돼 사회로 되흘러가고 있고, 후배들은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한양행과 유한킴벌리는 사회책임과 경영성과라는 토끼 두 마리를 잡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유한양행이 중소기업에 머물러 있는 것은 지배구조 때문이라기보다 제약산업이라는 특수성에 기인한다.
유한양행이 굴지의 대기업이었다면 어땠을까 괜한 생각을 해본다.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지금과 같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아쉽다. 작은 제약회사에 생긴 소소한 법적분쟁으로 치부하기엔 시사하는 바가 커서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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