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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가 옛 드라크마貨로 돌아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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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멀리 떨어져서 보면 그리스가 옛 화폐인 드라크마화로 돌아가는 것이 난국을 풀어가는 답으로 보일 수 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그리스가 유로화를 버림으로써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가 유로화 대신 드라크마를 도입할 경우 그리스는 채무를 변제할 수 있게 된다. 드라크마 재도입을 주장하는 이들은 그리스가 평가절하가 가능한 드라크마를 도입할 경우 국민총생산(GDP)의 9%에 달하는 경상수지 적자폭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같은 선택은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미국의 경제 주간지 블룸버그비지니스 위크가 24일(현지시간) 경고했다. 그리스가 드라크마를 도입할 경우 가격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 드라크마 도입해도 그리스 경쟁력 회복 어려워
그리스가 유로화를 버리는 것은 현재의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부채를 줄일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라는 데 있어서는 의문이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리스가 유로화를 버린다면 10년 전 아르헨티나가 달러화에 대한 페그를 포기한 뒤 발생했던 인플레이션, 구조조정, 필수 원자재 부족, 폭동 등이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로렌조 비니 스마기 전(前) 유럽중앙은행 정책이사는 "유로화를 포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면서 "이를 간단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보다 중요한 것은 그리스가 드라크마를 도입해 평가절하를 해도 경쟁력을 회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리스 산업 중 농업 이외의 분야는 해외 부품 및 원자재에 의지하고 있는데 드라크마 기준으로 수입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무역수지 적자가 손쉽게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한 기업인은 "그리스는 어떠한 상품도 만들 수 없는 나라"라면서 "유로화를 버릴 경우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관광산업의 경우 드라크마 도입으로 수혜를 볼 수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리스가 터키, 크로아티아 등 다른 휴양지에 비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휴가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리스가 드라크마 도입 이후 살인적인 물가상승률과 물자부족 현상, 정치혼란 등으로 극심한 사회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측되는 데다 외국인 혐오 분위기 속에서 외국 관광객들이 그리스를 찾을지는 의문이 남는 부분이다.(파시스트 정당인 황금새벽당이 지난 총선에서 두각을 드러낸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화염병과 최루탄이 난무하는 관광지를 찾을 관광객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리스가 아무리 저렴한 관광지가 되더라도 관광객이 그리스를 외면할 가능성도 크다. ▶관련기사 보기

그리스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산업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블룸버그 비즈니스 위크는 그리스의 주요 수출품목이 마치 1950년대에 멈춘 것 같다고 평했다. 실제 그리스는 관광과 해운업을 제외하고는 석유 및 알루미늄 재품, 약품, 수산물, 철, 목화, 치즈, 모피 그리고 올리브오일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그리스의 수입품은 원유에서 부타 시작해 컴퓨터 가전제품 등 다양하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그리스가 경상수지 적자를 보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하는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그리스가 2001년 유로화에 가입한 이래로 그리스는 자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잃어버린 데다 외국 자본에 만성적으로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는다면...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을 경우 얻게 되는 장점은 그리스를 제외한 다른 16개 유로존 국가들이 그리스가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의 시간을 가질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유로존 국가들은 그리스에 재정지원을 해줄 것이고 유럽중앙은행(ECB)는 대출에 나설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선택은 고통스러울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만 프린스턴대 교수 및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긴축이 그리스를 더욱 침체로 몰아갈 것이라면서, 그리스는 균형 재정을 유하는 것조차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 위크는 현재 유로존 등이 요구하는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이 드라크마를 도입하는 선택보다는 낫다고 평했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경우 ECB는 더 이상 그리스를 지원하지 않게 될 것이며 그리스는 EU에서도 탈퇴 할 수 있게 된다. IMF는 그리스가 파국으로 막기 위해 제한적으로 지원을 하겠지만 그리스는 민간 대출이 중단되고, 자금이 고갈될 것이다. 이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그리스에 식량 및 의약품 부족사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루비니와 같은 경제학자(혹자는 이들을 드라크마티시트라고 부른다)들은 아르헨티나가 자국 화폐 페소와 달러와의 페그를 포기하고 급격한 평가절하를 한 뒤 빠르게 경제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사례처럼, 그리스 역시도 유로존에서 탈퇴해야 한다고 말한다. 루비니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면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고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면서 빠르게 경제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 위크는 아르헨티나의 경험은 평가절하와 디폴트가 장기적으로 재앙이 아닐지는 모르나 단기적으로 치러야 할 비용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그리스가 드라크마를 도입할 경우 그리스 경제에 필요한 개혁에 대한 압력(그리스인들은 이를 간섭으로 여기겠지만)은 줄어들어 정작 필요한 개혁을 이루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최상의 시나리오는 그리스가 재정동맹을 맺고 긴축에서 성장으로 정책 방향을 돌리는 것이지만 유로본드 도입을 두고서도 유럽 내에서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현실을 보면 그럴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이 경우 자연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나라들은 구제금융을 받게 되는 셈이다.) 그리스에게 남아 있는 선택지는 나쁜 선택(유로존 잔류-긴축 정책)과 더 나쁜 선택(드라크마 도입) 밖에 없는 상황이다.

블룸버그 비즈니스 위크는 그리스는 유로존에 남든 남지 않은, 임금 삭감 등을 통해 제품 생산 비용을 낮추고 부패를 일소해야 하며, 그리스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이해집단들이 힘을 줄여야 한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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