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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는 왜 몰락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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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애플 창업 당시 공동창업자이던 스티브 워즈니악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기 꺼렸다.

그 회사가 연구개발에 적극적인데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좋은 회사였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그를 끌어들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야 했을 정도였다.
이 기업이 바로 HP다. 1939년 실리콘밸리의 한 창고에서 출발해 세계 정보기술(IT)업계의 정점에 섰던 회사다. 그런데 이런 HP가 흔들리고 있다. 1년만에 53달러던 주가는 21달러대로 추락했다. 기업가치가 1년만에 40%나 날아간 것이다. 세계 100대 브랜드 기업 순위에서도 1년만에 8계단이나 미끄러지며 26위 밀려났다. 중국의 인터넷 업체 바이두 보다도 낮은 순위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즈는 HP의 몰락 이유에 대해 기본에 충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HP의 시가총액은 420억달러에 그치고 있다. 이는 지난 5년간 HP가 인수합병에 쏟아 부은 금액과 동일하다는 것이 FT의 지적이다. 기술을 개발하는 대신 돈으로 기업을 사들이며 덩치를 키우는데 주력했지만 정작 사들인 기술들은 쓸모가 없게 됐다. 인력은 계속 늘어 지난해 10월 기준 34만9000명에 달했다.
지난해 117억달러나 들여 인수한 영국의 소프트웨어 업체 오토노미는 인수 후 오히려 실적이 더 떨어지기까지 했다. 이때문에 맥 휘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오노토미 사업부의 책임자이자 창업자인 마이크 린치를 해고 했다.

겉으로 보면 HP위기는 PC사업에 있는듯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것이 FT의 분석이다.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의 급성장에 PC분야가 위축된 것은 사실이지만 고가의 기업 고객용 서버 시스템을 공급하는 사업도 다운사이징과 가상화의 확산 속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서비스 분야도 마찬가지다. 인수합병으로 품에 안은 유명 정보기술 서비스 업체 EDS에 기반한 HP의 서비스사업부는 PWC를 인수한 IBM과의 경쟁에서 뒤쳐지기만 했다. HP 서비스 사업부는 전반적인 구조개편을 진행 중이지만 역시나 미래가 불투명하다.

HP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프린터 사업도 위기에 처해있다. '화수분'과 같은 이익을 내던 이 사업부도 개인은 물론 기업의 인쇄량이 모두 줄어들며 난맥에 빠진 상황이다. 설상 가상으로 삼성전자와 같은 후발주자들이 치고 나와 줄어든 시장을 나눠가지게 됐다.

결국 맥 휘트먼 CEO가 선택할 길은 몸집을 줄이고 비용을 절약해 신규 사업에 투자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 FT의 분석이다.

FT는 HP가 2만7000명의 인력을 해고하기로 한 것이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한 조처라고 평했다.

그녀는 HP를 '환상적인 기술자 문화'라고 부르고 있다. 휘트먼은 "내가 이곳에 와서 가장 기꺼이 지출한 것은 기술개발에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연구개발에 자금 투입이 집중될 것임을 의미한다는 해석이다.

월가도 휘트먼의 변화 시도를 주목하고 있다. 기술기더십의 확보를 통한 성장가도 재진입이 회사를 살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시장 조사기관 가트너의 마크 파비 분석가는 "맥 휘트먼 CEO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도 매출이 줄어든다면 또다른 수만명이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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