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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미용이 금융 밀어냈다, '명동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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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보증금을 은행에 예치해 봤자 이자가 3~4% 밖에 더 됩니까. 월세를 더 내겠다는 유통업체들이 줄을 서는 데 이왕이면 보증금 대신 월세를 높게 받는게 더 남는 장사죠."

명동 목 좋은 지역에 5층짜리 빌딩을 보유하고 임대업을 하는 A씨의 귀띔이다. 실제 명동에 위치한 금융회사들은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명동 중앙로 상권에서 밀려나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밀려난 공간에 입점하는 업체들은 대기업 패션업체나 SPA (제조ㆍ유통 일괄 소매점) 브랜드, 화장품 유통 체인, 커피 전문점 등이다.
명동 일대의 상권이 중국과 일본 관광객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현금 회전율이 빠르고 이들 관광객을 상대로 매출을 올리는 유통업체들이 명동 노른자위를 속속 차지하고 있다. 과거 명동 상권의 대명사격이던 금융회사들은 명동에서 축출(?)되거나 1층이 아닌 2층으로 쫓겨나고 있다.

14일 금융 및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명동 증권빌딩에 위치해 있던 삼성증권 자리에 ABC마트가 들어섰다. 삼성증권 지점이 임대료 때문에 더 이상 1층에서 버티지 못하고 옆 건물 3층으로 이동한 것.

명동의 한 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삼성증권이 그동안 보증금 50억원대에 월세 3000만원 정도를 내고 영업점을 운영해왔다"며 "하지만 건물주가 월세를 갑자기 800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하면서 이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증권은 월 6000만원까지 낼 수 있다고 했지만 ABC마트에서 건물주가 원하는 만큼 월세를 내겠다고 하는 바람에 결국 삼성증권이 쫓겨난 셈"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앞 건물에 자리 잡고 있던 미래에셋증권 지점도 녹차전문카페 '오설록'으로 바뀐다. 이 자리는 현재 내부 공사가 한창이다.

외환은행과 하나대투증권도 마찬가지. 삼성증권과 함께 증권빌딩 1층에 위치한 하나대투증권은 신세계의 첫 뷰티&헬스전문 매장인 '분스'에 밀려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고 있다.

지난 2010년 이후 2년 동안 명동 중심지를 떠난 금융사는 약 10여곳. 은행 지점 가운데 소유 건물을 제외하고 임대료를 내며 영업하고 있는 은행은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 단 2곳이다. 내년 2월 임대 계약이 완료되는 우리은행의 경우도 재계약이 불투명한 상태여서 내년 2월 이후엔 국민은행 한 곳만 남게 된다.

그동안 빌딩 1층에 은행과 증권사가 들어서면 빌딩의 이미지 개선 효과로 부가가치가 증가해 건물주들이 금융회사를 선호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180도 변했다.

명동관광특구협의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명동을 방문한 외국인 수는 665만명에 달한다. 이는 국내를 찾은 전체 외국인 관광객 수의 68%에 해당된다. 이들이 명동을 찾으면서 명동은 외국인들의 쇼핑타운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로 인해 명동에 대한 유통기업들의 인식이 '홍보 매장'에서 '수익 매장'으로 변화했고, 건물 1층을 선점하려는 유통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덩달아 임대료도 치솟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에프알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명동 중앙로 상권 보증금은 5~20억원, 월세 6800만원~1억5000만원이다. 지난 2008년과 비교하면 최고 네 배까지 치솟았다.

게다가 주변 상인들마저 더 이상 금융사 지점의 입점을 반기지 않는다는 것도 금융사의 탈(脫)명동을 부추기고 있다. 은행의 영업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며 주말은 휴무다. 빌딩 1층에 은행이 들어서면 주변 상권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상가를 활성화하는 데 은행이나 증권사 지점들이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상가뉴스레이다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이 높은 임대료에 못이겨 1층에는 ATM기기만을 놔두고 상층으로 올라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전에는 은행들도 영업 및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건물 1층을 고수하려고 노력했지만 지금은 아니다"며 "1층과 2층의 임대료 차이가 2~3배 격차가 나는데다 2층으로 올라가서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게 비용 대비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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