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도 모르는 관가 이야기]'낀세대' 국장은 서러워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오후에 전체회의를 한 번 소집했어요. 대번에 개선 사례로 지목이 되더라고. '그 때 회의를 하면 야근하라는 얘기다' '갑자기 회의를 하면 약속있는 사람은 어떻게 하냐' 우리 땐 상상도 못한 반응이지요."
중앙부처 H국장은 '낀세대'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의 끄트머리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녔고, 경제 호황기였던 90년대에 30대를 보냈다. 아바, 에어서플라이, 전영록, 이지연과 함께한 젊은 날은 잠시. 관가에 발 들이곤 사흘 걸러 한 번 밤샘을 했다. 순서대로 아이들이 태어났지만, 유모차 한 번 밀어준 기억이 없다. 퇴근해 오랜만에 본 애들 얼굴이 마냥 낯설다. '아, 저녀석들 언제 저렇게 컸지.'
H국장처럼 관가에서 젊은 날을 불사른 관리자들은 요즘 두 가지 개념을 탑재해야 탈 없이 조직 생활을 할 수 있다. 하나는 스테레오 타입의 전통적인 개념이다. 모시는 윗분이 언제 부를지 모르니, 스케줄을 꿰 항상 대기모드로 지낸다. 휴일, 퇴근 후, 한밤중. 심지어 상중(喪中)에도 업무는 계속된다. 국장시절 상가에 사무실을 차린 주용식 저축은행중앙회장(前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장)은 한 세대 선배지만, 이 정도 마음가짐은 돼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국(局) 내에서 후배들에게 이런 걸 요구했다간 '구악(舊惡·옛 악습과 병폐)'소리 듣기 십상이다. 연말에 직원들이 뽑는 '워스트(worst·최악의) 상사' 명단에도 오를 수 있다.
87학번과 87년생 사무관이 함께 근무하는 조직에서 토 달지 않는 상명하복은 옛말. C국장은 말했다. "요즘 사무관, 젊은 과장들은 국장이 다른 일 하느라 보고받을 시간이 없으면, 메일이나 하드카피로 보고서를 넣어놓고 문자를 보내요. '확인하세요. 먼저 갑니다' 합리적인 것도 같고, 좀 쓸쓸한 것도 같고 기분이 묘합디다." 군기 바짝들어 군 생활 했지만 이등병 때 올려다보던 '그 병장'은 될 수 없는, 낀세대 국장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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