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장례식장 주변에서 현수막을 들고 행진을 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로 기소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회원 박모씨 등 7명에게 각각 50만~70만원의 벌금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이를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원심 재판부는 "망인에 대한 장례식이 이뤄지는 기회를 이용해 순수한 추모범위를 넘어서 다른 목적을 갖고 일반인들이 통행하는 장소를 행진했다"며 "집시법이 정한 '시위'에 해당해 사전에 신고서를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리 경찰에 알려야 할 의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법하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이 정당하지 않다고 결론 냈다. 대법원 재판부는 "집회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다른 중요한 법익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정당화될 수 있다"며 "집회의 해산은 공공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히 있을 경우에만 허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집회·시위로 인해 다른사람의 법익과 공공질서가 명백히 위협받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그 후 피고인들이 해산명령에 불응한 것이 집시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사건을 원심으로 돌려보냈다.
천우진 기자 endorphin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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