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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20년, 중국을 다시 본다]경제동맹 '원차이나' 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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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7. 다시 보는 중국-대만 관계

작년 중국·대만 교역액 1599억달러
마잉주 집권후 인적교류·투자 활기
홍콩 등 포함 '중화 경제권' 맹주확인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지난달 초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이 인도에 '불시착'한 일이 있었다. 아프리카 순방길 도중 비행기 연료가 없어 예정 경로를 바꿔 뭄바이 공항에 잠시 들렀다는 게 대만 정부 공식설명이었지만, 주변 국가에서는 예사롭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중국과 수교한 인도는 대만 고위 관료들의 방문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관례를 깬 이번 일을 두고 중국 정부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만 역시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 덕분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며 별일 아니라는 듯 공개했다. 순방에 앞서 마 총통이 아프리카 순방국 가운데 중국과 교류가 많은 일부 국가를 뺀 일을 두고서도 외교가에서는 '중국을 배려했다'는 해석이 나돌던 터였다.

◆"양안 경제통합 머지 않았다" = 양안(兩岸ㆍ중국과 대만)간 우호적인 분위기는 경제교류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올초 연임에 성공한 마 총통은 "선경후정(先經後政ㆍ경제가 먼저, 정치는 나중) 정책을 유지할 것이며 정치대화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2010년 중국과 맺은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은 그러한 정책기조를 단적으로 드러낸 작품이다.

서로를 나라로 인정하지 않는 까닭에 60년 넘게 이어지던 정치적 대치상황은 협정을 계기로 화해무드로 접어들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당시 "양안관계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대만ㆍ중국간 교역액은 2006년 1000억달러를 넘어선데 이어 지난해 1599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한국ㆍ중국간 교역액 2206억달러에는 못 미치지만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대만의 두배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부분이다. 특히 한국이 중국과 수교 후 2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교역규모를 늘린데 비해 대만은 1년 반 남짓한 기간에 이룬 성과다.

대만 재정부가 집계하는 주요 국가별 수출액을 보면 중국의 비중은 2002년 7.7% 수준에서 지난해 27.2%로 늘었다. 대만의 해외투자액 가운데 중국 본토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지난해 79.5%로 협정 전에 비해 10%포인트 가량 증가했다.

이러한 정책을 주도한 마 총통이 올초 선거에서 연임하면서 결과적으로 대만인들이 이같은 경제협력 확대에 대해 지지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대만은 중국의 거대한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자본을 적극 유치하면서 협정 첫해 10.8%, 지난해에는 4.6%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경제분야 교류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마 총통이 이번 선거에서 양안 관련 정책으로 투자보장협정 체결을 비롯해 상품ㆍ서비스무역자유화 후속협상, 산업간 협력, 분쟁해결ㆍ통관업무 협력, 화폐청산협정 체결 등을 내걸었다. 중국의 대내외적인 정책기조 '하나의 중국(One-China)'에 한발짝 더 다가선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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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교류 3년 만에 9배 증가 = 경제분야 협력이 활발해지면서 다른 분야는 자연스레 뒤따르고 있다. 서로를 배척하던 분위기가 많이 사라진 덕분이다. 코트라가 지난해 현지기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국ㆍ대만 기업 상당수가 ECFA 발효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코트라 타이베이 무역관은 "관세인하로 인한 직접적인 효과 외에도 대만과의 관계가 나아짐에 따라 중국 내 소비자들이 대만기업이나 제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대만 출신 화교는 "과거 대만 사람이나 대만 출신 화교는 친중(親中) 성향이라고 오해를 받을까 중국에 투자하는 걸 조심스러워했다"면서 "이제는 협정이 체결돼 오히려 투자를 장려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난해 대만 기업 가운데 1억달러 이상 대규모 해외투자 14건 가운데 11건이 중국에 대한 투자였다.

양안간 인적교류는 2008년 52만명 수준에서 지난해에는 463만명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 대만은 올해부터 중국인 의료관광객 방문을 허용했으며 중국은 지난해 6월 베이징ㆍ상하이 등 일부 지역주민에 한해 시범적으로 실시했던 대만 자유여행을 올해 텐진ㆍ난징ㆍ광저우ㆍ항저우 등으로 확대했다.

매주 양안을 오가는 항공편은 500여편을 훌쩍 넘어섰다. 대만이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을 공개한 일을 두고서 중국 내에서 '배워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된 것도 최근 가까워진 양안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현상이다.

◆다시 '中華의 시대' 오나 =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반적인 교류확대가 중국의 의도 아래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대만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지기에 가능한 일이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ECFA 체결은 사실 중국이 정치적으로 대만에 안겨 준 선물"이라며 "마 총통이 대만 독립을 천명하지 않은 것에 대한 보은 차원에서 많은 것을 양보했다"고 전했다.

당시 협정을 보면 중국은 대만보다 두배 이상 많은 품목을 먼저 개방키로 했다. 대만의 농산물은 중국으로 수출되지만 반대는 제한되며, 서비스ㆍ투자 분야에서도 대만에 유리한 협정이었다.

박한진 코트라 부부장은 이에 대해 "중국이 최근 아세안 등 주요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사례를 보면 대부분 일정 부분 손해를 보면서 양보한 경향이 있다"며 "거대 중화권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포석"이라고 했다.

정 이사장 역시 "중국은 홍콩과 마카오, 대만을 포괄하는 중화경제권 지대에서 자국의 막강한 영향력을 더 확대할 발판을 마련했다"며 "단정적으로 말해 중화경제권의 맹주라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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