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긴축 반발 확산, 독일은 꼼짝 안해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 박병희 기자] 스페인의 경기침체에 빠지고 유로존 17개국의 높은 실업률 전망치 탓에 독일 주도의 재정긴축 정책에 대한 비판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강도 높은 긴축조치가 단행되고 있는 스페인이나 대통령 선거를 앞둔 프랑스와 그리스 등에서 비판의 목소리는 지지를 얻어가고 있다. 그러나 긴축 중심의 경제회복 정책을 주도해온 독일은 "정책 재협상은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어 긴축과 성장 논쟁은 가열되고 있는 형국이다.
1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스페인 최대 노조는 지난달 30일 수도 마드리드 중심 광장 등 전국 55개 시도서 수천명이 참여한 반정부 시위를 열고 정부의 긴축조치를 비판했다. 이들은 "빵이 없으면 평화도 없다"는 피켓을 들고 시위했다.
스페인 노조 시위는 1ㆍ4분기중 성장률이 0.3% 하락해 스페인 경제가 사실상 침체에 다시 빠져들고 실업률이 24.4%로 급등한 가운데 스페인 정부가 올해 재정적자 목표(GDP의 6%)를 맞추기 위한 예산삭감과 주세와 담배세 등 간접세 징수 등을 발표한 직후 벌어졌다.
대선전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는 프랑스에서 사회당의 프랑수와 올랑드 후보는 지난 3년간 지속된 금융위기에서 오로지 재정적자 감축에만 초점을 둔 독일정부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올랑드는 유로 지도자들은 '재정협약'에서 합의한 예산삭감에서 성장촉진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30일 파리에서 벌인 유세에서도 "프랑스 국민이여 유럽이 성장과 발전,미래에 새롭게 초점을 두도록 투표하라"고 역설했다. 그는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일부 정부 지도자들은 긴축만으로는 적자감축에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는 것을 안다"면서 "그들은 우리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자 하버드대 교수도 논쟁이 가담했다.그는 30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유럽에 필요한 최선의 치료약은 긴축이 아니라 성장"이라고 주장했다.그는 유럽의 문제국가들이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은 2008년 금유위기가 금융시스템을 훼손하고 성장을 붕괴시켰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그는 재정긴축은 자본투자를 감축하고 실업를 증가시켜 성장전망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운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독일은 요지부동이다. 메르켈 총리는 재정협정 개정논의를 일축했다.메르켈 총리는 지난달 28일자 라이프치거 폴크스차이퉁지 인터뷰에서 "노동시장개혁과 유럽연합 자금지원으로 성장이 배가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재정협약 협상 재개는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유로존이 긴축 주도의 경기회복 계획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스페인 루이스 데 긴도스 재무장관과 스페인 산티아고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유럽 어느 곳에서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첫번째 필수조건은 재정을 정리하는 것"이라면서 "지금 성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방향의 전환으로 이해돼서는 안 되며 그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EU의 돈줄을 쥐고 있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성장에 무게를 두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향후 EU 정책변화의 단초를 제공할 수도 있다.그는 최근 구조개혁과 경쟁력향상 방안으로 구성된 '성장협약'을 통해 재정협정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독일의 완강한 반대에도 200억 유로(미화 2650억 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EU가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는 EU가 긴축에서 성장으로 돌아선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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