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잦은 종목 바꿔타기는 항상 스스로 매매한 종목의 등락에 시선과 마음을 빼앗길 수밖에 없고 이것은 결국 신심의 피로를 가져오게 되며 더 나아가 투자자로서 가장 중요한 심적 여유를 빼앗기는 원인이 된다. 여유 없이 쫓기는 상황에서는 결코 바람직스러운 투자결정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군사국가로 알려진 고대 로마는 엄정한 군기와 치밀한 병참으로 당대에 필적할만한 나라가 없었다. 전쟁터에서 승리를 담보하는 로마군의 장기는 중무장보병에 의한 대규모 회전인데, 이는 넓은 전장에 진을 펼친 병사들이 총사령관의 지휘 하에 단 한차례 결전으로 승부를 가르는 방식이다. 한민족의 영웅 충무공 역시 명량해전과 같은 회전에서 승리함으로써 전쟁의 주도권을 회복하고 그 여세를 몰아 마침내 최종적인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전쟁은 항상 주도권을 가진 자의 승리로 끝나기 마련이다.
지휘체계가 확립된 문명국 사이의 전쟁은 대개 대규모 회전에 의하여 승부를 결정짓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보통 게릴라전으로 돌입하게 된다. 20세기에 이르러서는 세계 최강 미국의 유일한 패배의 오점을 안겨준 베트남 전쟁 역시 시종일관 게릴라전이었다. 냉전시대 미국과 함께 세계를 호령하던 소련의 아프간 패주도 게릴라전으로 인한 지속적인 출혈 탓이라고 할 수 있다.
100m를 3초 만에 주파하는 치타는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로 알려져 있다. 달리기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치타조차 먹이감이 시야에 들어왔다고 해서 마구 내달리지 않는다. 오히려 풀숲에 몸을 감추고 10초 이내에 먹이감을 잡아챌 수 있을 정도로 거리가 충분히 줄어들 때까지 숨죽여 살금살금 접근한다. 자기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치타의 경우 10초 이상 전력질주를 하게 되면 심장이 파열하든지 혹은 탈진해 무기력하게 주저앉은 채 도리어 하이에나의 먹이가 되고 만다.
주식투자의 세계에서 확실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종목 선정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현재의 시장상황이 스스로에게 유리한지 혹은 불리한지 가늠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신속한 행동은 그 다음의 일이다.
이강률 우리투자증권 원주지점장
이강률 우리투자증권 원주지점장은 투자의 트렌드를 읽어내는 날카로운 안목과 투자전략으로 투자자들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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