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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의 남자>, 가장 차가워서 뜨거운 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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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의 남자> 11회 KBS2 수-목 밤 9시 55분
적도에서 돌아온 선우(엄태웅)는 적도의 온도만큼이나 펄펄 끓고 있는 복수심을 철저히 숨긴다. 오히려 자신의 장님 연기에 화를 내는 장일(이준혁)에게 “놀랄 줄 알았는데 섭섭했다”고 웃거나, 장일이 조사 중인 광물개발업체에 대한 핵심정보를 뒤늦게 알려주면서 “내가 너무 쉽게 답을 주면 네가 유능한 검사처럼 안보일 것 아냐”라며 배려를 가장한 조롱의 한 마디를 내뱉는다. 덕분에 선우가 슬며시 입 꼬리를 올리거나 장일의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장일은 물론 보는 이의 심장박동수가 급격히 빨라진다. 이미 폭발한 화산보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화산이 더 무서운 존재라는 것을, 가끔은 직설화법보다 비유법이 더 섬뜩하다는 것을 <적도의 남자>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선우는 과거의 기억을 직접적으로 추궁하는 대신 광물개발에 대해 “조금만 더 깊이 파면 있을 수 있다”며 장일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하나씩 목을 조이겠다”는 일념으로 진노식(김영철) 회장만을 피진정인에 포함시킨다.

그래서 복수의 서막을 알린 11회는 몰입도에 있어서는 이미 클라이맥스에 다다른 공포물과도 같다. 이는 내러티브의 중심이 사건이 아닌 감정이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선우가 제출한 진정서는 결과물에 불과할 뿐, 어제 <적도의 남자>가 가장 집중한 것은 장일을 시작으로 과거 아버지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 진노식 회장을 만나는 선우의 표정이었다. 선우는 자신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되 상대방의 평정심을 무너뜨렸고, 이로 인해 가장 궁지에 몰린 인물은 김경필(이대연)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는 동시에 자신의 아버지를 지키기 위해 선우의 뒤통수를 내려친 장일이었다. 선우의 표정만큼 장일의 떨리는 손, 흔들리는 눈동자가 자주 클로즈업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우의 심리전에 누군가는 한 배에 탈 동지를 찾아다닐 테고 또 다른 누군가는 아무도 몰랐던 진실을 터뜨릴 것이다. 뭉치든 흩어지든, 그들이 싸우고 있는 지금 이 곳이 가장 뜨거운 적도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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