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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새벽 장터, 한산모시 파는 저 女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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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명품' 한산모시 사고 파는 유일한 전통시장인 서천 5일장을 가다

첫새벽 장터, 한산모시 파는 저 女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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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넉넉한 인심과 맛있는 음식들이 풍성한 시골장터에는 이미 봄이 한 가득이다. 좌판을 펼친 할머니들의 소쿠리에는 봄나물이 소복하다. 바다와 갯벌에서 막 건져낸 해산물들은 어물전에서 새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가마솥 국밥의 구수한 냄새와 막걸리 한 사발에 덩실 어깨춤이 절로난다.

4월로 접어들면서 봄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누가 뭐래도 본격적인 봄의 한가운다. 봄 여행의 즐거움 중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오일장이다. 봄을 사고파는 사람들의 투박한 사투리가 정겨운 충남 서천 5일장으로 떠나보자.
봄기운이 충만한 이즈음 장항장, 비인장, 판교장, 한산장 등 서천군내 오일장엔 파릇한 나물과 채소들이 즐비하다. 마량포구와 홍원항에는 박대, 가오리, 물메기, 소라, 각종 조개가 지천이다.

서천 하면 한산모시도 빼놓을 수 없다.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산모시는 국가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모시가 거래되는 유일한 전통시장이 한산오일장이다.

'추억과 꿈을 파는 천년 장터' 한산오일장은 매월 1, 6으로 끝나는 날 한산터미널에서 한산초등학교 사이에서 열린다.
정기시장으로 등록된 것은 1926년이지만, 조선시대 이전에 개설된 것으로 전한다. 한때는 지금의 4배 규모로 서천군에서 가장 큰 장이었는데, 당시엔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아이들은 어른들 바짓가랑이 사이로만 다닐 수 있었다'고 한다.

한산장은 항상 문을 여는 골목상점들과 장날에만 좌판을 펴는 난전상인들이 함께 꾸려간다.

장터 초입은 채소전 거리다. 시금치, 무, 당근, 냉이, 쑥, 고구마를 비롯해 각종 잡곡들도 풍성하게 나온다. 장작불에 솥을 걸고 끓여낸 도토리묵, 직접 만든 두부도 먹음직스럽다. 5천원에 묵과 두부 각 한 모씩을 사니 양념장에 넣으라며 쪽파도 한 주먹 넣어 준다.

채소전을 지나면 어물전과 잡화전이다. 어물전의 주인공은 서천의 특산품인 박대다. 가자미목 참서대과에 속하는 납작한 박대는 꾸덕꾸덕하게 말려서 파는데, 찜이나 조림, 구이로 만들어 먹는다. 잡화전에는 검정, 노랑 고무줄부터 빨래집게, 면봉, 칫솔, 손톱깎이, 이태리타올까지 없는 물건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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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아성대장간(1910~), 40년 넘게 농기계와 철물을 팔고 있는 학교앞 철물점(1959~), 양철을 자르고 두드려 생활용품과 장식용 공예품을 만드는 정함석집(1963~) 들은 한산장의 과거를 기억하는 대표적인 골목상점들이다.

대장간의 화덕과 모루, 함석집 양동이와 연통에는 지나간 시간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한산장에 왔다면 꼭 한번 들러볼 만하다. 모두 친절하게 응해 주니 정중하게 구경을 청해 보아도 좋다.

아성대장간 김창남 씨와 정함석집의 정규승 씨는 '한다(韓多)공방'의 공예장인 멤버이기도 하다. 한다공방은 두 장인을 포함해 솟대, 짚풀, 공작선, 천연비누, 천연염색 분야의 한산 지역 공예가 8명이 함께 만든 한산오일장의 공예 브랜드다.

장터 한가운데에 위치한 한다공방에서 예쁜 생활공예품들을 자유롭게 감상하고 마음에 드는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무료로 나눠 주는 한산오일장 이야기 지도도 챙기도록 하자.

공방 옆 볕이 잘 드는 따뜻한 공터는 추억의 뻥튀기를 만드는 튀밥 트럭 전용이다. 아저씨의 호루라기 소리를 신호로 '뻥'소리와 동시에 자욱한 연기와 구수한 냄새가 사방에 진동한다.

난전과 공방과 골목상점들까지 두루 구경하다 보면 금방 점심시간이다. 장터거리의 삼거리식당은 국밥이, 오라리집은 얼큰한 칼국수가, 모시원식당은 영양솥밥이 맛있다. 삼거리식당과 오라리집에서는 한산지역 대표 김치인 섞박지도 맛볼 수 있다. 오라리집은 촌스러운 듯 개성이 넘치는 간판 글씨도 인상적이다.

본격적으로 장이 서는 시간은 오전 9~10시이지만, 한산장의 명물인 모시전을 보려면 6시 전에는 한다공방 옆 모시거래장에 도착해야 한다.

모시전이 이른 새벽에 열리는 이유는 어둠 속에서 백열등에 비춰 보아야 모시의 품질을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모시전은 4월에서 6월 사이가 성수기다.

모시 한 필이 나오기까지는 모시풀 겉껍질을 벗겨 태모시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모시짜기 전 과정은 한산모시관 전시실에 가면 자세히 볼 수 있다. 시연공방에서는 한산모시짜기 기능보유자 방연옥 씨 등이 직접 시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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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에서 5분 거리엔 독립운동가 월남 이상재(1850~1927) 선생의 생가와 전시관이 있다. 독립협회, YMCA, 조선교육협회, 신간회 활동 등 선생의 일대기를 각종 자료와 함께 알기 쉽게 정리해 두었으니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라면 들러볼 만하다.

한산장 구경을 마친 후엔 서천수산물특화시장도 둘러보면 좋다. 전엔 2, 7장이었던 서천특화시장은 인근의 수산물들이 모두 모이는 상설 수산물시장이다.

향긋한 봄 바다의 정취를 만끽하고 싶다면 자전거를 타고 금강변을 따라 달려 보아도 좋겠다. 금강변에는 서천, 부여, 강경, 군산, 익산 등을 두루 지나는 7개의 자전거 테마 코스가 닦여 있다.

그중 서천 지역에서 이용할 수 있는 코스는 두 개. 조류생태습지에서 군산의 금강습지 생태공원까지 이어지는 23km짜리 코스와 조류생태전시관에서 화양습지생태공원, 신성리 갈대밭을 지나 금강습지 생태공원에 이르는 약 45km 코스다.

한산면 소재지에서 신성리 갈대밭 방향으로 2km 거리에 위치한 '갈숲마을'은 폐교를 리모델링해 식당과 숙소, 체험프로그램장으로 활용 중인데, 숙박객에게는 무료로 자전거를 대여해 준다.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
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공주분기점에서 당진대전고속도로→서공주분기점에서 서천공주고속도로→동서천 IC→29번국도. 서해안고속도로는 서울→평택→당진→서산→대천→서천→동서천 IC→한산면.

▲오일장 여행코스=<당일>한산오일장→한다공방→이상재선생전시관→한산모시관→서천수산물특화시장.

<1박2>첫째날 : 한산오일장→한다공방→이상재선생전시관→한산모시관→서천수산물특화시장
둘째날 : 금강자전거길→조류생태전시관→홍원항→마량리동백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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