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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두려워할 것은 두려움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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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이유 없는 두려움'은 2001년 발생한 9/11테러 이야기로 시작한다. TV카메라에 포착된 무너지는 건물의 모습은 전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약 3000명이 사망한 비극적 사건이었다. 아직도 뉴욕의 지하철에는 9/11테러로 입은 정신적 외상이나 분진 피해 상담과 관련한 공공 안내문이 붙어 있다. 그런데 9/11테러의 후과는 예상 밖의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TV에 방영되는 테러 장면에 수차례 노출된 미국인들은 비행기에 공포심을 갖게 됐다. 공항을 떠나 자동차를 탔다. 9/11테러 이후 교통량은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인다.

그러나 비행기는 원래 자동차보다 훨씬 안전한 교통수단이다. 테러범이 일주일에 한 대씩 비행기를 납치한다고 해도, 1년동안 한 달에 한 번씩 비행기를 타는 사람이 테러범의 공중납치로 죽을 확률은 13만 5000분의 1이다. 반면 같은 기간동안 자동차 사고로 죽을 확률은 6000분의 1에 이른다. 그러나 미국인들의 머리 속에는 폭발하는 비행기와 무너지는 빌딩이 생생했다. 불안감에 질린 이들은 자동차를 선택했다. 2001년 9월부터 2002년 9월 사이 자동차 사고로 죽은 미국인의 수는 1595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이유 없는 두려움'은 두려움과 공포가 어떻게 비합리적인 선택을 이끌어내는지 추적한다. 잘 살펴보면 우리의 일상은 어긋나 있다.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 누출 가능성에 질겁하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X레이 사진을 찍고 바닷가에서 태양이 내뿜는 방사선에 몸을 맡긴다. 체르노빌 방사능 유출 사건으로 죽은 사람은 9000명(추정치)인데, 해마다 피부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1만명 이상이다. 이 오류는 얼핏 받아들이기 어렵다. 우리는 왜 이렇게 모순된 판단을 내리는 걸까.

심리학자들은 이성과 감정의 '시간차'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감정은 직관에 따라 먼저 결정을 내린다. 합리성의 여부는 이 때 고려되지 않는다. '테러'라는 단어만 들어도 감정은 소스라친다. 이성은 거기 휩쓸려간다. 원래 이성의 역할은 감정의 성급함을 교정하는 것이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상호작용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자동차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비행기 테러를 당할 확률보다 높다'는 뻔한 사실을 무시하게 돼 버리는 것이다. 감정과 이성이 불협화음을 내면서 생기는 허점은 우리 사고체계의 태생적 한계다. 선입견에 따라 움직이고, 기존에 들어 본 적이 있는 얘기를 가장 중요한 근거로 친다. 이렇게 '두려움'이 탄생한다.

'이유 없는 두려움'은 최근 30년간 급성장한 진화심리학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공포에 빠져 있는 현대 사회를 진단한다. 동시에 두려움의 원인을 파헤쳐 궁극적으로는 거기서 해방될 수 있는 통로를 열어 준다. 사회적 '서사'를 탄생시킬 수 있는 힘을 쥔 언론과 기업, 정부가 어떤 식으로 공포감을 조장하고 대중을 토끼몰이하는지 밝힌 후반부는 앞으로 어떤 '가상 시나리오'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자신감을 준다.
이유 없는 두려움/댄 가드너 지음/김고명 옮김/지식갤러리/1만8000원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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