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의 재발견 - 화장품
지난 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중앙로. 지하철 4호선 명동역에서부터 명동예술극장에 이르는 300m 길이의 거리는 평일인데도 내외국인들로 북적였다. 거리에 늘어선 화장품 브랜드숍 내부도 인파들로 꽉 들어차긴 마찬가지다. 이 거리는 일본 관광객들 사이에서 ‘코스메로드’(영어 ‘코스메틱스(화장품)’와 ‘로드(길)’의 합성어)로 불릴 만큼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숍들이 오밀조밀하게 몰려 있다.
실제로 커피숍, 의류 점포 일색이던 명동에 화장품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다. 당시 20여개에 불과했던 화장품 브랜드숍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최근 70여개로 늘어났다. 명동 한 곳에서만 5~6개 매장을 운영하는 업체도 꽤 된다.
이들 업체가 명동 상권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간단하다. 명동이 해외 관광객 특수 상권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네이처 리퍼블릭 서진경 과장은 “관광·쇼핑객만 하루 평균 150만명으로 강남 지역 최대 상권인 강남역의 유동인구 20만~30만명을 크게 웃도는 규모”라며 “일본·중국 관광객들의 쇼핑 필수 코스이기 때문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테스터마켓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말했다.
한류 드라마와 K팝 열풍이 관광 상권을 살리는 데 불씨를 지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국 연예인들이 사용하는 화장품과 코리안 뷰티 노하우에 대한 관심이 열풍의 근원지라는 분석이다. 토니모리 측도 “해외 진출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외국인들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효과가 크다”며 “달팽이 화장품으로 알려진 ‘스네일 라인’은 광고에 한류 스타를 기용하지 않았음에도 일본에서 널리 입소문이 났다”고 전했다.
다른 브랜드숍들은 구체적인 매출 공개를 꺼렸지만 브랜드별로 전국 매출 1위 매장이 명동에 있다고 보면 될 정도로 월등히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에뛰드하우스 이수민 과장은 “외국인 관광객은 브랜드숍 시장을 지탱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명동 매장 고객의 60% 이상이 일본, 중국 등지의 관광객들인데 1인당 평균 구매액이 3만원 이상으로 규모는 작지만 ‘큰손’에 속한다”고 소개했다.
업계는 화장품 한류 열풍에 힘입어 명동 상권의 활황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토리모리 측은 “한 지붕 아래 있다 해도 명동은 국내 다른 지역과는 상권 자체가 다르다”며 “지금은 한류 덕을 많이 보고 있지만 결국은 품질 싸움이며, 외국인들에 맞춘 차별화된 프로모션으로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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