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국내 기름 수급 상황이 일본과 비슷한데도 값이 크게 뛰는 건 유통구조 탓이라고 봤다. 비싼 기름값 얘기가 나올 때마다 국제유가에 책임을 미루는 정유사를 정조준한 셈이다. 2010년 현재 중앙 부처 등 공공부문이 사들인 기름은 전체 내수 판매량의 13.5% 수준. 지방공공기관이나 자치단체의 수요는 빼고 계산한 양이다.
여기엔 이명박 대통령의 채근도 한 몫 했다. 이 대통령은 하루 전 국무회의에서 "물가상승률이 매우 낮아 인플레이션 정책까지 쓰는 일본도 기름을 수입해 쓰긴 마찬가지인데 왜 국제유가의 영향을 적게 받는지 살펴보라"고 질책했다.
정부는 정유사의 자세 전환만 바라기엔 시간이 많지 않다고 본다. 기름값 인상이 비단 물가에만 나쁜 영향을 주는 요인이 아니라서다. 기름값이 뛰면 무역수지에 부담이 된다. 각종 공산품의 생산 단가가 올라 수출 기업의 채산성도 해친다. 결국 성장률에도 도움이 될리 없다. 기름값은 물가와 성장률을 동시에 자극하는 뜨거운 감자인 셈이다. 시장논리를 거스르며 정부가 '플레이어'로 나선 이유다.
정부는 공공부문의 유류 낙찰가 정보를 유가정보 사이트인 오피넷에 공개해 일반 소비자 판매가를 낮추도록 압박할 계획이다. 또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공공기관도 공동구매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전국의 알뜰주유소 수를 369개에서 3월 말 430개로 늘려 휘발유 가격인하 효과를 서울 등 전국 핵심지역으로 퍼뜨린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주유소 운영자금지원 신청자격을 완화하고, 품질 검사 방식도 일부 손질할 예정이다.
박 장관은 한편 "이번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유가 급등 가능성이 커질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캐나다, 멕시코 같은 회원국들이 공급을 늘리기로 했으며, 상품 시장의 투기자본에 대한 대응방안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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