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반대 내지 논의 연기 주장할듯..IMF는 ESM 확대하라며 獨 압박
독일 정부가 유로존 부채위기 해결을 위해 방화벽 규모를 확대하는 것에 반대하거나 확대 시기 논의를 지연시킬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정가에서는 메르켈 정부가 이미 ESM 확대 논의를 3월로 미룰 것이라고 약속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메르켈 총리 입장에서는 ESM 기금 규모 확대는 독일의 부담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정치권 내에서도 기금 확대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다.
독일 하원은 오는 27일 지난 20일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합의된 그리스 구제금융안에 대해 논의하고 승인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논란 속에서 통과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등 외부에서는 ESM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며 독일을 압박하고 있어 메르켈 총리를 곤란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EU 정상회의에서 ESM 기금 규모가 증액되는지 여부를 지켜본 뒤 IMF의 2차 그리스 구제금융 분담액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U가 부채위기 해결을 위한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IMF의 지원을 줄일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미국도 유로존에 직접적으로 자산이 노출돼 있는 IMF보다 강하게 독일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독일과 함께 그리스 구제금융에 가장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던 네덜란드가 최근 기금 확대에 찬성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꿔 독일은 사실상 고립무원의 상황에 놓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얀 키스 드 예거 네덜란드 재무장관은 "현재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ESM에 합쳐 기금 규모를 확대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을 지원한하고 현재 남은 EFSF 기금 규모는 약 2500억유로 가량이다. 그동안 EFSF에 남은 자금을 ESM에 합쳐 ESM 기금 규모를 확대하자는 주장이 제기돼왔고 이에 대해서는 유럽중앙은행(ECB)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독일은 지금까지 EFSF의 남은 자금이 ESM 기금에 더해지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일각에서는 외부의 압력이 거센만큼 메르켈 총리가 결국 EU 정상회의에서 기금 확대를 위한 길을 내줄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EFSF와 ESM을 합치는 것에 대해서는 메르켈 총리가 매우 망설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 EU 고위관계자는 내달 1~2일 EU 정상회의에서 기금 확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U 정상회의에서는 ESM 기금규모 확대 외에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합의된 그리스 2차 구제금융 패키지, IMF의 지원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주말 멕시코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비슷한 주제의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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