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외환은행의 자율경영을 보장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통큰' 합의였다. 특히 5년 후에도 완벽하게 인수되는 것이 아닌, '5년 후 재합의' 조건이다.
금융권에서 이번 협상에 금융당국의 영향력이 컸다고 추측하는 이유다. 김기철 외환은행 노조위원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융당국이 보이지 않게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추경호 부위원장이 이날 협상장에 '깜짝출현' 한 것도 이같은 심증을 굳히게 한다. 위원장의 외부 일정은 금융위 담당 기자들에게도 통보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날 위원장과 위원장의부공식 일정은 없었다.
이번 협상은 민간금융회사간의 합병 과정의 일부분으로, 금융당국 수장이 이 행사에 참석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김 위원장의 '깜짝' 출현을 보고 많은 기자들이 의문을 표한 것도 이 부분이다.
하지만 비밀을 유지하며 당일 협상장에 나타난 김 위원장은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과 김 노조위원장 등과 함께 손을 잡고 사진촬영까지 했다. 협상 과정에 금융당국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거의 확실하게 굳혀주는 부분이다.
여기에 대해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일부 도움을 줬다"고 인정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으로서는 개입 의혹을 남기면서도 이 사안을 원만하게 처리해야 할 만한 이유가 있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이 론스타 문제에 대해 더 집요하게 추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은 청문회나 국정감사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이런 정치권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게 외환은행 노조다. 노조가 하나금융과 원만히 합의하지 못하면, 노조가 계속 장외투쟁이나 정치권 압박을 이어갈 수 있다. 금융당국이 가장 꺼리는 수다.
김 위원장이 이번 협상장에 나타난 것이 '결자해지' 차원이라는 말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의 론스타 매각 당시 주요 실무자인 감독정책1국장을 역임, 두고두고 책임 논란에 휩싸였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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