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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하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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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하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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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영화 '하울링' 제작 소식을 들었을 때 고개를 저었다. 나오키상 수상작인 노나미 아사의 베스트셀러 '얼어붙은 송곳니'를 충무로가 가만 놔둘 리 없다 생각했지만, 그 장본인으로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의 유하 감독을 떠올릴 순 없었다. 주류에 편입되지 못하고 파멸되거나 성장하는 아웃사이더들의 삶을 그린 유하 감독이 늑대개가 등장하는 연쇄 살인 이야기를 어떻게 자신의 이야기로 끌어당길지가 걱정스러웠다. 이후 영화의 두 주인공으로 송강호와 이나영이 캐스팅됐다는 말을 들었다. 충무로 최고의 이야기꾼 유하와 한국 대표 배우 송강호, 거기에 '이나영'이 각인된 독특한 캐릭터를 선보이는 이나영은 '하울링'에 대해 느꼈던 불안감을 기대감으로 돌려놓았다.

기대가 컸다. 결론적으로 말해 '하울링'은 그 동안 충무로에서 제작된 '고만고만'한 범죄 스릴러 영화에서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영화 줄거리는 원작 소설에서 (결말을 빼면) 충실한 한국화 과정을 거쳤다. 의문의 사망 사고가 일어나고 시체에서 짐승의 거대한 이빨 자국이 발견된다. 이 사건에 투입된 말단 형사 상길(송강호 분)과 순찰대 출신의 신참 여형사 은영(이나영 분)은 연이어 발생하는 살인 사건들이 서로 연결 고리가 있음을 깨닫는다.

유하 감독이 왜 이 텍스트에 관심을 가졌는지는 충분히 알겠다. 개의 친근함과 늑대의 야성적인 신비로움을 동시에 가진 늑대개를 통해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여자라는 이유로 형사 강력계에서 자연스럽게 소외되는 은영이나 집과 회사에서 공히 치이는 상길도 아웃사이더이기는 마찬가지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피해자들과 늑대개, 그리고 그들 뒤에 있는 가해자의 전사(前史)를 통해 그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자연스럽게 뒤바뀔 수 있음을 역설한다. 그런데 이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로 무난하다. 더욱이 가해자의 정체가 밝혀지는 중반부터 긴장감은 '푹' 꺼진다. 긴장감 없는 이야기 안에서 송강호와 이나영은 제자리만을 맴돈다. 유하 감독에게 영화 '좀' 보는 관객들이 바라는 것은 발칙하고 과감한 도전 정신이다. '하울링'은 그저 매끈하기만 한 공산품(工産品) 같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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