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데 덮친' 그린손보, 경영정상화 가물가물
17일 경영개선계획 제출 직전 CEO 주가조작 '날벼락'
유상증자 등 자구계획 난항,,경영개선명령 대상 배제 못해
매각 계획도 더 꼬일 듯,,회사측 "1월 이익 폭 늘어"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그린손해보험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오는 17일 경영개선계획서 제출 마감을 앞두고 이영두 그린손보 회장 등 임원진이 주가 조작에 연루되면서 신뢰에 또 한번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유상증자, 건물매각을 골자로 한 자구계획안이 금융당국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낮은 가운데 자칫 영업정지를 포함한 경영개선명령까지 염두에 둬야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현재 그린손보 경영개선작업 진행상황을 볼 때 경영개선계획 불승인 가능성이 높다"며 "한 달 정도 추가 경영개선요구를 한 뒤 그때도 승인이 안되면 경영개선명령 절차를 진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진 주가조작 날벼락=이날 증권선물위원회는 이영두 그린손보 회장 등을 시세조종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그린손보는 실적부진으로 당기순손실이 누적돼 지급여력(RBC, 위험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50% 미만으로 내려갈 위험에 처하자 주식운용이익(평가이익)을 높이기 위해 매분기 말 조직적으로 주가를 조작했다. 거래량이 적은 종목들을 편입시켜 분기말 장종료 무렵에 집중적으로 사들여 주가를 끌어올렸다.
실제로 그린손보 자산운용본부는 이 회장의 지시로 지난 2010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년여간 고가 매수주문, 종가 관여주문을 제출하는 방법으로 총 3548회에 걸쳐 시세를 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시세조종 작업을 통해 5개 편입종목 주가를 매 분기 평균 8.95%를 인위적으로 상승시키고, RBC비율을 평균 16.9%포인트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통상 보험사는 운용자산 8% 정도를 주식에 투자하지만 그린손보는 지난해 3월 현재 전체 자산운용의 약 21%를 주식에 투자했고 주식 보유금액 중 시세조종 5개 종목이 약 80%를 차지했다.
◆경영개선 밑그림 지지부진=그린손보의 경영실태는 최고경영자(CEO)가 주가조작에 매달려야할 만큼 절박한 상황이다. 최대주주 지분 매각이 늦춰지면서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이 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그린손보는 오는 3월말까지 최대 600억원 규모로 증자를 실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해 4월 20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 이어 11월 300억원 규모 차입을 한 터라 대규모 증자에 부정적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유상증자 최저 발행가격이 액면가 절반인 2500원으로 정해지면서 기존 주주들의 보유가치가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대주주 인핸스먼트컨설팅 외 8인 보유지분이 44.54%이고 자사주와 우호지분까지 더하면 50%를 넘기 때문에 유상증자 안건은 별 문제 없이 주주총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는 최대주주와 경영진이 증자에 얼마나 참여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자력 생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 1월 자산운용 부문이 선전하면서 20~30억원 순이익을 올렸다고 하지만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가 언제든지 고개를 들 수 있는 상황이라 시장에 믿음을 주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 2010년 회계연도 원수보험료 기준 시장점유율이 1.9%인데다 손보업체 주력 상품인 자동차보험 부문을 영위하고 있지 않는 등 성장동력이 제한적인 점도 시장 평가절하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그린손보의 경우 이영두 회장 1인의 자산운용 능력에 경영실적이 좌지우지된 지 오래"라며 "전반적인 맨파워, 조직 가치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갈수록 멀어지는 매각=지난해 시장에 매물로 나온 그린손보가 새 주인을 맞을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질 전망이다. BS금융지주가 유력한 매수자로 등장했다가 유야무야됐고, 주요 금융지주사도 생보사 인수로 가닥을 잡은 상황이다. 지난해 변액보험이 재미를 보지 못하면서 자산운용 의존도가 높은 손보사 메리트가 뚝 떨어졌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매각 작업을 홀로 진두지휘한 이영두 회장에 대한 시장 신뢰 추락은 매각 가능성을 더욱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강남 소재 800억원 상당의 본사 건물 매각 계약이 성사된다면 새 주인 찾기에 희망을 걸어볼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대해 그린손보 관계자는 "1월에 당기순익이 흑자로 돌아섰으며, 투자수익도 계속 긍정적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3월 유상증자와 본사 건물 매각을 통해 지급여력비율을 120~130%까지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영권 매각 방침도 변함없이 진행되고 있어 3월안에 안정화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매각 문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회장의 의지"라며 "매각 가격을 낮춘다면 그린손보를 인수하겠다는 매수자가 등장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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