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경제도 마찬가지다. 몇몇 회사가 나라 경제 전체를 이끌어갈 정도라면 당연히 경제구조에 무엇인가 이상이 있는 것이라고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 한국거래소 통계를 보면 지난 6일 현재 10대 그룹의 시가총액은 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의 54.4%에 이른다. 매출과 이익 측면에서도 실적 비교가 가능한 10대 그룹 계열 82개 상장사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전체 상장사 매출액의 52.27%를 차지해 절반을 훌쩍 넘겼다고 한다. 10대 그룹의 비중이 이렇게 커졌다는 것은 거꾸로 말하자면 다른 수많은 기업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왜소해졌다는 것이고, 이들 10대 그룹의 경영에 나라 경제 전체의 운명을 맡기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10대 그룹의 글로벌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기업은 강해지지만 한국 경제의 체질은 약화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부모 입장에서는 해외로 이미 나가버린 '잘난 자식'에 대한 미련을 접는 게 속 편하다. 대신 생일이나 어버이날 꼬박꼬박 챙기고 주말에 식사라도 함께하러 집에 들러주는 '덜 잘난 자식(중견ㆍ중소ㆍ벤처기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시장의 공평한 규칙을 새로 마련하고 중견ㆍ중소ㆍ벤처기업들이 다음 세대의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하기 위해 절실하게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파악해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들이 일자리를 마련해 늘어나는 청년실업과 노년실업을 흡수하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스타 기업들의 빈자리를 메워 제조업 공동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부지런히 후진을 양성해야 한다.
내년에 들어서는 정부는 잘난 자식의 등 뒤만 하염없이 바라보는 부모가 아니라 내 곁에 남아 있는 자식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정부여야 할 것이다. 덤으로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글로벌 스타 기업 입장에서도 덜 잘난 자식인 중견ㆍ중소ㆍ벤처기업이 든든하게 부모 곁을 지키고 돌봐주고 있어야 부담을 털고 해외에서 더 잘나갈 수 있지 않을까.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시니어비즈니스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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