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박 시장의 재임기간 동안 밀어붙이기식 고층고밀 개발사업이 기존 계획대로 진행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어졌다. 소규모 재건축 역시 임대주택 확보나 주변경관과의 조화를 감안해야한다. 서울시 도시개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수십조 개발사업도 ‘주민의견’ 수렴= 서울시가 주민의견에 따라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사업을 조정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은 것은 새로운 도시계획 패러다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시에 따르면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사업은 주민의견에 따라 당초 계획된 통합개발안이 크게 변경된다. 특정 지역을 제외하고 추진되는 분리개발식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이에 대한 가능성도 높다. 수십조원이 들어간 사업이라도 주거권을 반드시 보장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주거권이 걸려있는 동시에 수백억원을 투입한 개발사업자나 투자자들의 이해도 얽혀있다는 부분도 중요하다. 재산권이 걸린 문제여서 더 큰 갈등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 보상·이주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기전에 “의견을 듣고 결정하겠다”고 공표한 것은 시장에 되레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영세한 주민들의 주거권을 보장하겠다는 의도는 백번 맞는 얘기지만 투자자나 개발사업자들도 서울시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절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개발사업, “기대난망”= 뉴타운 출구전략에 따라 조정 예정사업지가 된 지역들도 마찬가지다. 힘없는 세입자들의 주거권을 강화하겠다는 박 시장의 의도는 반영됐다. 이로써 서울시 정비사업은 소유자 중심의 개발에서 거주자 중심의 공동체 마을 만들기로 본격 전환될 전망이다.
해당 사업지에도 주민들의 의견수렴 과정이 우선 이뤄진다. 주민동의율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면철거 방식의 뉴타운·정비사업 관행이 깨진 것만은 분명하다. 이로써 구역해제 지역은 골목길과 마을공동체, 지역경제 활동이 보전되는 ‘마을만들기’와 소규모정비사업 등 주거재생사업으로 개발된다. 대규모로 개발되는 뉴타운 사업은 박 시장 재임기간에는 구경하기 힘들어진 셈이다.
다만 박 시장의 개발안에 따라 해제와 추진에 따른 기형적 서울 구조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현재 뉴타운이 계획된 사업지 중 일부는 해제되고 일부는 추진되는 이유에서다.
강남과 강북의 지역차도 난제로 남게될 가능성이 높다. 강남의 경우 지금까지 고층고밀로 개발된데 비해 강북에는 열악한 저층 주택밀집지가 아직도 많은 상태다. 서울시 실태조사가 예정된 610곳의 90%가 강남 외 지역에 집중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세입자 위주의 주택정책을 펼치는 것은 복지라는 관점에서 높게 평가할 수 있지만 이해관계가 얽힌 도시개발도 주택정책의 일부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조건식의 복지보다는 지역차에 맞는 개발이 갈등요인을 줄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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