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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아│열정을 끓어오르게 만든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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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아│열정을 끓어오르게 만든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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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은 바꿔도 되지만 사랑은 바꾸는 게 아니랬어. 세상이 아무리 쿨 해져도 사랑이 쿨 해지면 안 되는 거랬어.” tvN <꽃미남 라면가게>의 양은비(이청아)가 말했다. 특별히 잘난 것도 가진 것도 없고 심지어 물려받은 것조차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조그만 분식점 하나뿐인 스물다섯의 임용고시 준비생, 게다가 대기업 후계자 차치수(정일우)와 천재 셰프 최강혁(이기우)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양은비는 영화 <늑대의 유혹>에서 정태성(강동원)과 반해원(조한선) 사이에 낀 소녀 정한경 이후 가장 운 좋고 복 터진 여주인공처럼 보였다. 이 바쁘고 살벌한 세상에 “보글보글 끓는” 사랑타령이라니, 순진한 걸까. 촌스러운 걸까.

하지만 8년 전, 바로 그 정한경을 연기했던 이청아는 지나온 시간만큼 어른이 되어 돌아왔고, “원래 좀 촌스러운 게 섹시한 거”라 당당하게 선언하며 어리바리하지만 비굴하지 않고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도 닳고 닳지 않은 자신만의 양은비를 표현해냈다. “진지한 양은비와 푼수 같은 양은비, 둘을 하나로 놓고 조절했어요. 순정만화를 보면 상황에 따라 예쁜 9등신일 때와 코믹한 2등신일 때의 그림이 다르잖아요. 양은비는 2등신과 6등신 정도를 설정해서 연기한 거죠.” 고등학교 시절, 연극배우인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기를 시작한 이후 그만큼 더 진지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해 오며 쌓은 기본기는 그가 일상적 연기의 미세한 차이까지 고민하고 표현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KBS <그저 바라보다가>에 황정민의 여동생 역으로 출연했을 때는 “내가 믿지 않고 연기를 하면 아무도 안 믿어주고, 내 연기가 안 될 땐 상대를 보고 있으면 연기가 나온다는 것”을 배웠고, KBS <다 함께 차차차>에서 만난 선배 홍요섭은 그에게 “연기자는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에 대해 같이 나이 들어가는 것으로 보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스물다섯 살 때까지는 끊임없이 연기를 그만둘까 고민”하면서도 그와 동시에 자신만의 반짝거림을 찾기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해 온 이청아가 그동안 자신의 열정을 끓어오르게 만든 영화들을 추천했다.
<#10_LINE#>
1. <레옹> (Leon)
1995년 | 뤽 베송

“어린 소녀와 중년 남자의 이야기, 어떻게 그런 게 섹시하고 매력 있을 수 있나 싶지만 <레옹>은 진정한 멜로 영화라고 생각해요. 의상, 소품 하나하나는 물론 영상미도 너무나 훌륭했고, 나탈리 포트만이라는 배우가 가장 섹시했을 때도 <레옹>에서였던 것 같아요. 그 눈을 보면서 ‘저런 걸 가진 인간이 배우가 되는 거구나’ 라고 느꼈죠.”
개봉 당시에는 살인청부업자 레옹의 액션에 방점을 찍어 홍보를 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액션 영화인 줄만 알고 몰려들었다가 기대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과 스토리에 당황하고, 또 열광했던 작품이다. 살인청부업을 하지만 소년 같은 순수함을 지닌 레옹이 같은 건물에 사는 소녀 마틸다와 교감을 나누고 목숨을 바쳐 구하는 이야기는 그 어떤 액션 히어로의 활약보다 고결한 감동과 설렘을 전한다.

2. <클로저> (Closer)
2005년 | 마이크 니콜스

“대사의 미학이 뛰어난 작품이에요. 연극으로도 굉장하다고 들었는데, 저는 영화를 먼저 보고 대본을 구해 봤어요. 섬세하게 감정을 그려내는 대사들, 그리고 그 시나리오를 표현해내는 배우들의 엄청난 연기. 사랑에 대해 생각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영화인 것 같아요.”

대부분의 사랑 영화는 사랑이 이루어지거나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하나의 결말을 이룬다. <클로저>가 먹먹한 건, 바로 그런 결말 없는 사랑의 속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 속 네 명의 남녀는 서로 사랑을 느끼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또 다시 헤어진다. 그 반복 속에서 증명되는 건, 사랑한다는 말로는 결코 감정을 고정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결핍에 대한 이야기고, 그래서 먹먹한 여운을 남긴다.
3. <언페이스풀> (Unfaithful)
2002년 | 애드리안 라인

“중년의 여성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불륜이라는 정서가 이렇게 긴장감 있게 그려질 수 있는지를 이 영화를 보고 처음 알았어요. 태풍 부는 날 시내에 나갔던 다이안 레인이 바람을 헤치고 가는데 날리는 치마와 머리카락, 바람에 날려 얼굴에 달라붙는 종잇조각들이 마치 이 여자가 앞으로 처하게 될, 젊은 외국인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상황을 암시하는 시퀀스 같았어요. 애드리안 라인 감독이 표현하는 미묘한 섹시함에 감탄했고, 다이안 레인의 다른 출연작들도 하나씩 거슬러 올라가며 찾아봤죠.”다정한 남편 에드워드(리차드 기어)와 사랑스런 아들, 코니(다이안 레인)의 결혼 생활은 완벽하게 행복해 보인다. 그러나 코니가 우연한 사고로 인해 만나게 된 젊은 프랑스 남자 폴(올리비에 마르티네즈)에게 끌리기 시작하면서 일상에는 균열이 생겨나고, 두 사람의 관계를 눈치 챈 에드워드 또한 어둠에 빠져든다.

4.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Between Love And Hate)
2006년 | 김해곤

“초반 20분에 울기 시작해서 끝까지 울면서 본 영화에요. 남자가 여자를 때리는 장면이나, 술에 취해 둘이 실랑이하는 장면을 볼 때는 끔찍했어요. 남자가 너무너무 미우면서도 두 사람의 사랑이 처절해서 눈물이 났고, 두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훌륭해서 저렇게 징그러운 사랑도 있구나 생각했어요. 남들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당사자들은 놓을 수 없는 감정이나 관계가 있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던 영화에요.”

로맨틱한 데이트와 사랑스러운 고백, 멜로 영화 하면 떠올리는 공식을 모두 비껴 간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연애는 결코 가볍지 않다. 장난처럼 가볍게 시작했지만 결국엔 어떤 식으로든 만만치 않은 무게를 남기고 마는 여느 연애들처럼. 故 장진영과 김승우의 ‘징글징글한’ 연기 앙상블은 이 영화를 몇 번이고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다.

5. <백야> (White Nights)
1986년 | 테일러 핵포드

“1985년 영화니까 제가 아주 어렸을 때 나온 작품이에요.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예술가들의 이야기인데, 우연히 보게 됐다가 그대로 밤을 샜어요. 기본적으로 사랑에 관한 영화, 멜로 영화를 좋아하는데 <백야>는 춤과의, 그리고 꿈과의 멜로를 그린 영화인 것 같아요. 그렇게 인간이 억압당하고 괴로운 현실에서 예술이 발달한 건 그 안에서 기댈 곳이 그것뿐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다리가 부서지게 춤을 추고, 음악을 듣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는 그들을 보면서 인간이 예술을 사랑한다는 게 어떤 건지를 처음 느꼈어요. 그리고 저도 예술가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소련에서 미국으로 망명했다가 비행기 사고로 다시 소련에 붙잡힌 세계적인 발레리노 니콜라이(미하일 바리시니코프)와 월남전에 항의해 근무지에서 탈영한 흑인 탭댄서 레이몬드(그레고리 하인즈)에 대한 설정만으로도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냉전 시대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백야>는 예술과 자유, 인간, 생명에 대한 가장 역동적인 탐구이자 아름다운 결과물로 기억된다.
<#10_LINE#>
<늑대의 유혹>으로 예상치 못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지 8년, <꽃미남 라면가게>로 사랑받은 지금은 이청아에게 새롭고도 중요한 순간이지만 그는 다음의 커리어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언제나 제 목표는 행복한 거예요. 저는 연기하다 안 행복하면 다른 거 할 생각 할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기왕이면 배우로 많이 행복해졌으니까 끝까지 배우로 행복하면 좋겠어요. 이제는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지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럴 때 꼭 장애물이 나오더라?” 하지만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번갈아 본 사람은 조금 더 용감하고 노련해지는 법이다. “그럼 뭐, 넘어야지.” 단단한 웃음에서 훌쩍 어른이 된 소녀의 얼굴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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