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등 유로존 정상들은 이미 예정됐던 조치라며 시장에 큰 파장은 없을 것이라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그리스 등의 국채 재협상, 유로존의 재정긴축 협정 등으로 간신히 유럽을 강타한 금융위기를 풀 실마리를 찾아가는 유로존에 큰 악영향이 없을 까.
CNN, 블룸버그 등 외신 등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2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슬로베니아, 키프로스 등 유로존 5개국의 신용등급을 1~2단계씩 강등하고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부과해 추가하락을 경고했다. 또 아일랜드에 대해선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유로존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은 A-로, 4위 경제국 스페인은 A로 각각 두 단계가 떨어졌다. 슬로베니아 역시 두단계 하락해 A가 됐다. 벨기에와 키프로스는 AA와 BBB-로 각 한단계씩 강등됐다.
이와 관련해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현지 신문과 인터뷰에서 “피치는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은 새로울 게 없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이탈리아 밀라노 지역신문인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따르면 몬티 총리는 “피치는 이미 다 알고 있는 이탈리아 국가부채 부담와 유로존 재정위기를 신용등급 이유로 지적했다”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탈리아 경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에서 이그나치오 비스코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이탈리아 국가신용등급은 하락했으나 우리는 이를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스코 총재는 또 “이탈리아 은행 시스템의 근본은 건강하다”며 위기 진화에 나섰다.
문제는 이번 주에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발행이 몰려 있어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 여파가 입찰결과에 악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탈리아는 30일 예정된 80억 유로의 5년, 10년만기 국채 입찰을 통해 당장 내달 1일까지 258억유로를 상환해야 한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를 상환하고 재정적자를 좁히기 위해 이탈리아 정부가 마련해야 자금은 4500억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2월 1일 독일의 50억 유로 입찰도 예정돼 있다. 2일에는 프랑스와 스페인이 각각 70억 유로, 35억 유로의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한편, 이 번주 그리스의 국채 탕감 협상도 중요한 기로에 선다. 그리스는 정부 부채 1000억유로를 덜어내기 위한 민간 채권단 손실분담(PSI) 협상과 유럽연합(EU)·국제통화기금(IMF)·유럽중앙은행(ECB)로 구성된 실사단과 1300억유로의 2차 구제금융 협정을 맺기 위한 최종 협상을 벌이고 있다.
두가지 협상 모두 아직까지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난관에 처해있다.
그리스는 오는 3월20일 145억유로의 국채가 만기도래하기 때문에 두 협상이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에는 성공적으로 끝내야 디폴트를 면할 수 있다.
이규성 기자 bob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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