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inside④] 유명무실 입법청원, 국민은 없다
1) 보이지 않는 군소정당 "날 좀 보소"
2) 국회의원 보좌관 연봉은 얼마?, "이유는 있다"
3) 보좌관 수난시대… "그들은 왜…"
4) 유명무실 입법청원, 국민은 없다
행정 청원은 비교적 시스템이 잘 갖춰져 많이 활용된다. 많은 국민들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통해 스스로의 권리를 행사한다. 그런데 예외는 있다. 국민의 투표로 구성된 국회가 이에 해당한다. 입법청원의 절차가 까다롭기때문에 유명무실하다. 기준을 채웠어도 제대로 심의한번 거치지 못하고 폐기되기도 한다.
▲ 국회 청원은 '바늘구멍 통과하기' = 입법청원에 관하여 비교적 자세한 규정을 두고 있는 법은 국회법이다. 국회법 제9장(청원)에서는 청원서의 제출(의원의 소개 필요), 청원의 심사·보고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고 국회청원심사규칙(국회규칙)에서 청원심사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 국회 청원 통과는 '하늘의 별따기' = 18대 국회에 접수된 청원은 267건이다. 이 중 통과된 안건은 3건에 불과하다. 5건은 접수자가 철회를 했고, 56건은 상임위 청원심사소위원회에서 부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바늘구멍'을 통과해도 의사가 반영되기는 '하늘의 별따기'인 셈이다.
267건 중 203건은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계류중이다. 18대 국회의 임기가 약 4개월 남짓 남았지만 총선을 앞두고 제대로 된 회의가 이뤄지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한마디로 4건 중 3건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17대 국회(2004~2008)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432건의 청원 중 본회의를 통과한 청원은 4건에 불과하다. 316건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폐기됐다. '비정규직을 위한 보호입법', '이자제한법 제정' 청원 등이 논의조차 되지 않고 폐기됐다.
▲ 유명무실 입법청원, 무엇이 문제인가 =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게시판에는 국민들의 청원으로 가득하다. 현행법이 개정되어야 한다는 서명에 수십만 명이 참여한 청원도 존재한다. 입법청원에 대한 국민의 욕구는 확실히 존재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시스템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민이 청원하기 어려운 요소인 '의원 소개' 부분을 삭제하고 접수 후 심사기한을 지정해 반드시 검토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스템보다 중요한 것은 의원들의 인식이다. 현재 상임위 청원심사소위에는 다선·중진 의원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다. 예결소위나 법안심사소위가 회기마다 수차례 열리지만, 청원심사소위는 4년에 한두 건밖에 열리지 않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청원을 단순한 진정 혹은 민원 수준으로 바라보는 의원들의 태도가 가장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임병수 전 법제처 차장은 "현행 입법환경 하에서는 입법청원을 하더라도 진정서와 비슷한 민원으로 단순 처리될 가능성이 많아 이에 실망한 국민들이 입법청원을 활용하고 있지 않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일반민원처리시스템에 의하지 않고 다소 심화된 검토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처리결과를 통보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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