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한국 외교통상부와 면담에 앞서서는 "북한과 이란의 상황은 연결돼(related) 있다"며 한국정부가 이란산 원유수입을 줄여야 한다고 직접 신호를 보냈다.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한국과 논의하러 왔지만 예상보다 강도 높은 발언에 정부도 압박을 받았을 법했다.
아인혼이 이처럼 화법에 변화를 준 건 '베테랑 외교관'으로서 당연해 보인다. 한국 정부와 국민간 생길 수 있는 인식의 간극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북한과 이란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아인혼의 직함과 맞물려 한국 국민들은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란 원유수입을 줄여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아인혼은 대북제제 조정관과 대이란제재조정관을 겸하고 있다.
미국은 예나 지금이나 한반도정세의 가장 큰 불안요인인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감출 수밖에 없는, 그래서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 실제가 다른 경우가 비일비재한 '외교'의 속성 탓이기도 하다.
외교의 제1원칙은 국익이다. 제2, 3의 원칙이 있다면 제1원칙을 해치지 않는 것이다. 외교통상부 공무원들은 평소 엘리트 의식이 강하다. 어려운 외무고시를 패스했고, 정부 내에서도 능력을 인정받는다. 실제로 능력 있는 공무원들을 기자도 여럿 만났다.
이제 그 실력을 제대로 한번 발휘할 때가 오지 않았나 싶다. 얽히고설킨 이란 원유 수입 제재안을 외교부 공무원들이 어떻게 솜씨 있게 처리할지, 외교부 공무원들은 카메룬 다이아 스캔들에서 실추된 명예를 되찾을 기회가 왔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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