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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글리츠 "유럽 재정정책은 자살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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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정책은 피를 흘리게 했던 중세 치료법 떠올리게 만들어"
유로 붕괴 기정사실 "시민봉기·ECB 지원 거부로 유로 붕괴"
"EFSF는 작동하지 않을 것..S&P EFSF 등급 강등은 합리적"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유럽 긴축 계획이 자살 협약(sucide pact)이라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 경제 포럼에 참석한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날 연설을 통해 "침체로 빠져들고 국가들에 긴축 조치를 강요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긴축정책이 경제 붕괴를 이끌고 다시 긴축이 강요되는 악순환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스티글리츠는 유럽 정부의 긴축 정책이 나쁜 체액이 섞여있다는 판단에 따라 거의 죽기 직전까지 피를 흘리게 만들었던 중세의 치료법(blood-letting)을 떠올리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치료법에 대해 피를 흘리는 환자가 아파하면 더 많은 피를 흘리게 만들어 환자를 거의 죽음 직전까지 몰았다고 설명하며 "지금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들은 상호 자살 협약"이라고 주장했다.

스티글리츠는 케인스 경제학 사상을 물려받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케인스주의는 정부가 지출을 통해 수요를 창출해야 함을 강조하며 긴축 조치는 경기가 약해질 때가 아니라 활황일 때 취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출처: 블룸버그>

<출처: 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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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글리츠에 앞서 16일에 연설한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영국의 재정긴축 조치는 영국의 경제적 신뢰성을 회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오스본은 "재정적자가 높을 때 긴축 계획이 없으면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게 돼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스티글리츠는 영국과 다른 국가의 재정긴축 조치가 신뢰도를 높이지 못할 것이라며 오스본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스티글리츠는 긴축의 결과로 미국에서 지난 4년간 70만개의 공공 부문 일자리가 사라졌고 수요가 줄고 실업률은 치솟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국도 2017년까지 비슷한 숫자의 공공 부문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티글리츠는 최선의 경제적 대응책은 인프라 건설 지출이라며 부양책을 통해 금융위기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국가로 중국을 꼽았다.

스티글리츠는 또 "지금 이코노미스트들은 유로가 붕괴될 것인지 여부를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떻게 붕괴될 것인가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로 붕괴는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은 유로를 끝내는 가장 좋은 방법에 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시민 봉기(civilian upset)가 일어나 유로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스티글리츠는 "스페인의 청년 실업률은 2008년 이후 40%를 웃돌고 있다"며 "스페인 청년이 얼마나 오래 견딜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스티글리츠는 또 유럽중앙은행(ECB)이 위기에 빠진 국가들에 대한 최후의 보루로서 은행 역할을 거부하면 유로가 끝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의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고 유로의 붕괴가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혼란이 될 것임을 확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티글리츠는 또 단일 통화체계를 금 본위제에 비교하며 금 본위제를 일찍 포기했던 국가 경제가 훨씬 더 빨리 회복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로가 만들어졌을 때 대부분 이코노미스트들은 회의적이었다"며 "단일 통화는 통화블록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 정치적 프로젝트"였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그 프로젝트를 완료할 수 있기를 희망했지만 그 정치적 수단은 충분히 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스티글리츠는 자신은 신용평가사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지난 16일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합리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EFSF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을 통해 뭔가를 만들어내려 했다"고 지적하며 "결코 작동할 수 없는 것이었으며 S&P는 단지 EFSF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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