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제약 신약 '카나브' 발매 첫해 100억원 돌풍
김광호는 승부사다. 조용한 듯 움츠렸다 강한 파괴력으로 등장한다. 그래서 그의 이력은 단순하고 인상적이다. 플라빅스와 위암 딱 두 단어로 압축된다. 한해 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는 국내 1위 의약품 플라빅스(혈전약)가 그의 손에서 태어났다.
고만고만한 복제약과 겔포스ㆍ용각산이 전부였던 보령제약. '제약 마케팅 귀재'의 업계 복귀는 그래서 큰 뉴스가 되지 못했다. 그렇게 6년의 와신상담 끝에 그는 '황제'란 뜻의 '카나브(Kanarb)'를 들고 화려하게 재등장했다.
-카나브 성공의 비결은 무엇인가
"국내 신약으로서는 가장 큰 규모의 임상시험을 진행해 '자료'를 축적한 것이다. 임상시험에 국내 웬만한 병원이 다 참가하다보니 의사들이 강력한 혈압강하 효과를 스스로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 일종의 '프리(pre) 마케팅' 전략이 통한 것이다. 또 학술자료를 의료계에 공유하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이 뒷받침 되면서 '믿을 수 있는 약'이란 인식이 퍼지게 됐다."
"우리가 취약한 부분이 바로 '근거 중심 마케팅ㆍ영업'이다. 직원들을 해외 논문에 정통하는 수준으로 교육시켰다. 이것이 카나브 출시와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다. 또 직원들이 자신의 회사를 경영하듯 모든 권한을 넘겨준 것도 선진 제약 마케팅 전략이다. 예산부터 목표ㆍ전략을 스스로 짜고 관리하게 했죠. 오너십을 갖고 일하는 것이니 성과가 잘 나올 수밖에 없는 거다."
-플라빅스를 시장 1위 제품으로 키웠다. 카나브에는 얼마나 욕심을 내나.
"5년내 1000억원 돌파가 가능할 것 같다. 2020년까지 2000억원 규모로 키우겠다. 수출로만도 연 1000억원 정도 팔릴 것이다.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약 중 국내외적으로 가장 성공할 잠재력이 있는 약이다."
김광호 사장은 올해 65세다. 보령제약은 창업주의 장녀 김은선 회장(55)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자연스런 경영권 상속이 이루어지고 있다. 김 사장 입장에선 40년 업계 경력이 막바지에 다다른 셈이다. 그래서 그에게 카나브의 성공은 더욱 의미가 깊다. 수입약 플라빅스의 성공보다 토종약 카나브를 세계 시장에 진출시키는 일이 더 값지게 느껴져서다.
김 사장은 "보령제약 후에는 어떤 위치에 있든 국내외 제약사를 두루 거친 경험을 활용해 보건의료산업 발전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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