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요 연구기관, 국제 경제기구, 대형 금융기관 등이 내년 전망을 쏟아내고 있는데 하나같이 비관 일색이다. 누가 더 비관적인가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다. 요약하면, 미국은 디레버리징이 진행 중이어서 실업률이 개선되지 않고 부동산 모기지 시장이 회복되지 못해 소비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유럽은 주변국에서 시작된 재정위기가 중심국으로 확산되고 있어 내년이 더 암울하다. 이머징마켓도 녹녹지 않다. 세계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중국이 내년에는 인플레이션 확산 등으로 올해만 못할 것이란 전망이고 인도, 브라질 등 나머지 이머징 대표 선수들도 오버페이스에서 숨고르기를 하는 양상이다. 이 같은 세계경기 부진이 내년에 그치지 않고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어서 새해를 맞는 우리의 우려와 불안은 더 크다.
정책적 노력이 효과를 거둔다면 내년 우리 경제가 마냥 비관적이지만은 않으리라 기대된다. 우리는 연초의 암울한 전망에도 경제 주체 모두 합심 노력하여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선례를 갖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당시인 1999년 연초 우리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 내지는 '잘해야 0% 성장'이란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두 자릿수 성장을 달성했고, 지난해에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의 어려운 여건에서도 6%를 넘는 성장을 기록해 가장 먼저 위기를 극복한 나라로 칭송받았다.
내년에는 두 차례의 선거가 있다. 때문에 정치적 고려에 의한 불합리한 경제정책에 대한 우려가 높다. 연말에 터진 '김정일 사망'도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 일정의 경제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성패가 달린 것이다. 우리에게는 위기 때 힘을 내 이를 극복한 저력과 경험이 있다. 지혜와 용기를 발휘한다면 내년에도 성공신화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새해를 맞는 게 어려운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올바른 마음가짐이 아니겠는가.
진영욱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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