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장치 없는 권력은 '비극'"..영화 '특수본'의 메시지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정준영 기자] "범죄를 없앨 수 없다면 다스릴 줄 아는 게 현명한거야."
경찰의 내부비리를 다룬 영화 '특수본(특별수사본부)'에서 부패의 '정점'으로 등장하는 경찰서장 황두수(정진영 분)는 이 한 마디로 자신의 비위를 변호한다.
건설업자ㆍ도의원과 결탁해 부를 축적하고, 이를 눈치채거나 문제삼는 동료ㆍ후배 경찰관을 가차없이 제거하는 그에게 범죄는 '소탕'의 대상이 아니라 '이용'의 대상, 또는 '돈벌이'의 도구였다.
그의 '돈벌이'에 견제장치는 없었다. 견제받지 않는 공권력의 내부비리가 얼마나 큰 비극을 불러오는지를 그린 이 영화가, 특히 영화 속 황두수의 '다스림'이 예사롭지 않은 건 최근 경찰과 검찰이 현실에서 연출하고 있는 수사권 논란과 상통하는 대목이 있어서다.
'특수본'의 시나리오는, 경찰은 물론 검찰까지 모든 사정기관에 대한 실질적인 견제장치가 필수라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찰의 비리를 막기 위해 또 다른 견제 기관이 필요하듯, 검찰의 비리를 막기 위해서도 또 다른 외부의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검찰 내부비리에 대한 내사권을 보장해달라"는 경찰 주장의 근거이기도 하다.
경찰의 이런 주장은 정치적 고려에 앞서 당위성을 지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형 법조비리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는 '벤츠 女검사' 사태, 지난해 법조계 안팎을 뜨겁게 달군 '검사 스폰서' 사태를 보면 이런 지적을 쉽게 수긍할 수 있다.
견제장치를 새로 마련하려면 검찰과 경찰 모두에 해당되도록 해야 한다는 전제만이 따를 뿐이다. '특수본'은 검찰과 경찰 어느 쪽에서든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의 '검ㆍ경 부패척결' 활동에 동참해 법률자문역을 맡은 적 있는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7일 "수사권 논란에 관한 경찰의 주장은 검찰 입장에서 보면 최소한의 내사권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인 다툼에 불과하겠지만 사실 오래 전부터 그 필요성이 제기돼왔던 게 사실"이라면서 "수사권 논란이 가라앉은 뒤에라도 반드시 짚고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또 "물론 경찰도 견제의 대상임은 분명하다"면서 "사실 검찰이 경찰의 우위에 있기 때문에 적어도 검찰 입장에서는 경찰에 대한 견제력을 이미 가진 셈이지만 보다 제도화되고 효과적인 방향으로 현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박동주 서울 성북경찰서 형사과장(경정ㆍ경찰대 7기)은 "수사권 조정 입법예고안에 대한 일선 경찰관들의 좌절감을 대변하고자 한다"며 6일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검ㆍ경 수사권 논란과 관련해 현직 경찰이 퇴직을 결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